지난 1분기(1∼3월) 국내 기업들의 성장·수익·안전성 지표들이 1년 전과 비교해 일제히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경기 부진 탓에 반도체·석유제품 등과 같은 수출품 가격과 운임 등이 하락하면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3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을 살펴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1042개(제조업 1만858개·비제조업 1만184개)의 1분기 매출은 작년 1분기와 비교해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조업 전체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2.1% 하락했다. 세부 업종 가운데 석유화학(작년 4분기 9.7%→올해 1분기 -3.5%), 기계·전기전자(-6.6%→-14.3%) 등의 감소 폭이 컸다. 대내외 수요 위축으로 석유화학 제품과 반도체 등의 수출이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제조업 매출 증가율도 3개월 만에 12.6%에서 3.6%로 급락했다. 전기가스(49.1%→19.8%), 운수(8.1%→-5.9%) 등을 중심으로 떨어졌다. 전기가스업은 전년도 증가율이 높은 데 따른 기저효과를, 운수업의 경우 운임지수 하락 영향을 각각 받았다.
수익성 지표 악화도 뚜렷했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률(2.8%)과 세전 순이익률(5.0%) 모두 작년 1분기(6.3%, 8.1%)보다 3%포인트(p) 낮아졌다. 비제조업(4.0%→3.2%)보다 제조업(8.4%→2.5%)의 영업이익률이 더 크게 떨어졌다. 세부 업종 중에서는 제조업 가운데 기계·전기전자(12.4%→-3.1%)와 서비스업 중 운수업(17.7%→10.8%)의 이익률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손실과 해운 운임 하락이 원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재무 안정성 지표를 살펴보면 외부 차입 증가로 전체 기업의 1분기 부채 비율(95.0%)과 차입금 의존도(26.0%)가 모두 직전 분기(92.1%·25.3%)보다 높아졌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에 대한 부채의 백분율, 차입금 의존도는 총자산에 대한 차입금·회사채 합의 백분율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기·전자 부문에서 매출액 상위 대기업 3곳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전체 지표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