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극심한 산고 끝에 얻은 옥동자 같아요."
한국농구연맹(KBL)이 2일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일정을 발표하자 KBL과 구단 관계자들에서 나온 이구동성 소감이다. 이날 정규리그 일정이 나오기까지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그렇다고 한다. "수십년 KBL 리그를 치러봤지만 이번처럼 리그 일정표가 반가웠던 적은 없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연례 행사로 나오는 정규 일정 발표인데, 전에 없던 소감들이 따라붙은 데에는 그럴 사정이 있었다. 프로농구판을 한동안 뒤흔들었던 '데이원 사태' 때문이었다.
이날 다음 시즌 일정 발표는 예년에 비해 1개월 가량 늦었다. '사고 구단' 고양 데이원이 생존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하필 '데이원 사태'와 차기 정규리그 일정 예비안을 마련하던 시기가 겹쳤다. 당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를 데이원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직격탄을 맞은 다음 시즌 일정도 오리무중이었다. 아무런 일정을 정하지 못한 채 대비책만 마련해 놓는 수밖에 없었다.
KBL이 차기 일정 작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 5월 중순, 각 구단으로부터 홈 경기장 대관 일정을 보고받는 것으로 시작됐다. 각 구단의 홈 체육관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다. 지자체의 농구 경기 외 대관 계획에 따라 홈 경기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자료 수집을 해야 한다. 총 6라운드 동안 10개 구단의 체육관 사정을 맞추는 게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KBL의 작업은 사실상 '올스톱'이 됐다. 존폐 기로의 데이원이 대관 계획을 제출할 수 없었다. 당초 5월 31일 데이원의 존폐를 결정하기로 했던 KBL 이사회가 6월 15일까지 최종 유예기간을 주면서 일정 작업 스톱 상태는 계속됐다.
설상가상으로 데이원 제명이 최종 결정난 뒤에도 7월 21일까지 새 인수자를 찾아나서기로 하면서 일정 작업은 또 겉돌았다. 슬슬 다른 구단들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대관 예약을 받아야 하는 지자체를 마냥 기다리게 할 수도 없었다. 결국 손놓고 구경만 할 수 없었던 사무국장들은 따로 대책회의를 갖고 예측 가능한 상황에 따른 '가안' 마련에 나섰다. 9개 구단 체제로 갈 경우, 연고지가 고양시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경우 등 각종 변수를 감안해 복수의 가상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아야 했다.
지난 6월 27일 사무국장단 회의에서는 최악의 경우(9구단 체제)에 대비해 7라운드제 또는 1쿼터 12분제(현행 10분) 등 '투트랙'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9구단 체제가 되면 경기수가 확 줄어 중계권, 타이틀스폰서 유치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이런 궁여지책까지 대비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포스트 데이원'은 '?(물음표)' 구단으로 표시해놓고 '?'팀의 홈경기만 제외한 채 6라운드 일정을 짜는 안도 마련했다. 결국 이 모든 작업들은 소노인터내셔널이 지난달 21일 데이원 선수단을 인수하고 고양시 연고지를 유지키로 확정하면서 '헛고생'이 됐다. 그렇다고 '헛고생'을 원망하는 이는 없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준비해둔 '가안' 덕에 고양 소노를 포함시킨 최종 일정을 1주일 만에 완성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9개 구단 파행으로 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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