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째 주전 유격수로 출전중인데도 "여전히 선발 라이업을 받기 전까지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주전이라는 사실을 깜빡할 때가 있는 모양이다.
한화 이글스 내야수 이도윤(27)의 2023년 시즌은 5월 20일 이전, 이후로 나뉜다. 퓨처스팀(2군)에서 시즌을 시작해 개막 50일째인 5월 20일 1군에 올라왔다. 프로 9년차에 2군에서 개막을 맞았지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난 해 1군에 있는 동안 자주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1군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컨디션이 괜찮았지만 2군에서 출발했는데. 최상의 컨디션으로 다시 도전해 보고싶었다. 실전을 하면서 충분한 준비를 하고 올라올 수 있었다."
1군 합류보다 꾸준한 출전이 중요하다. 1군 선수들이 빠진 빈자리에 들어가 기회를 움켜쥐었다.
수비 공헌도가 높았던 선수가 공격 능력까지 업그레이드 했다. 올 시즌 이도윤을 다시 보게되는 이유다.
12~1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이틀 연속 3안타를 쳤다. 12일 경기에선 2-1로 쫓기던 7회말 1사 2루에서 적시 2루타, 5-1로 앞선 8회말 2사 1,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타석 밖에 있을 때도 상황에 따라 어떤 플레이를 해야할지 머리에 그려본다. 이제는 한두 타석 치고 빠지지 않으니까, 경기 전체를 보고 목표를 잡는다."
그는 치기 어려운 공을 참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변화구를 의식적으로 노려치려고 한 건 아닌데, 타이밍을 빼앗겼을 때도 잘 맞은 타구가 나온다"고 했다.
주축선수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면서 변화가 생겼다. 응원가가 등장했다. 알아보는 팬이 늘었다.
여전히 안정적인 수비는 가장 큰 장점. 상황에 따라 유격수뿐만 아니라, 2루수로 뛰고 있다.
그는 "워낙 연습을 많이 해 어려운 건 없다. 지난 시즌에는 어디로 나갈지 몰라 약간 고생을 하긴 했다. 주로 중요할 때 (대수비로)나가니까 그랬다. 긴장 안 하려고 노력했다. 연습으로 극복했다"고 했다.
이도윤은 두 선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같은 내야수인 오선진(34)과 포수 최재훈(34)이다.
"선진이 형에게 계속 물어보고 조언을 구한다. 의견을 듣고 종합해 내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선택한다. 재훈이 형이 평소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잘 챙겨준다."
이도윤은 올 시즌 5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161타수 45안타) 8타점 18득점을 기록했다.
출전경기가 늘어 한여름 체력관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 "더위를 안 탄다. 힘들거나 그런 것도 없다"고 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