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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대한 도전과 돌파"...'한국에서 첫걸음' 뗀 파라 클라이밍, LA패럴림픽으로 향하는 여정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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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클라이밍을 한계에 대한 도전과 돌파라고 한다. 파라클라이밍은 그보다 더 대단해 보인다."

22~23일 서울 강남스포츠클라이밍센터에서 진행된 2025년 KPC 파라 클라이밍 강습회. 파라 클라이밍 선수 발굴의 시작을 14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파라클라이밍은 2028년 LA패럴림픽에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대한민국에서는 처음 진행되는 파라 클라이밍 강습회에 각기 다른 동기를 갖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이론 교육이 시작되자, 하나 같이 관심이 가득한 눈으로 수업에 집중했다. 이론 수업 이후 홀드 모양에 따른 그립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홀드를 손에 쥐어보며 적극적으로 실습 준비에 돌입했다.

안전벨트와 헬멧, 암벽화를 착용하고 준비 운동과 함께 본격적으로 돌입한 파라 클라이밍 실습. 루프에 몸을 연결한 후 참가자들은 배운 방식으로 차근히 홀드를 쥐며 암벽을 올랐다. 처음 오르는 암벽과 낯선 홀드는 짧은 높이를 더 올라가는 과정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한 손에 홀드를 쥐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뻗으며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첫 번째 시도에는 닿지 못했던 홀드에 두 번째 시도에서는 닿는 등 실습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한계를 이겨냈다. 장애인 조정 선수로 활동 중인 추연희는 몇 차례 실습 후 "몸이 마음 같지 않았다. 내 한계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힘들어도 욕심이 나는 종목"이라고 했다.

파라 클라이밍은 시각장애 또는 지체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참여하는 스포츠 클라이밍 종목이다. 경기 부문의 경우 클라이밍 종목이 제한 시간 내 가장 높이 올라가는 방식인 리드, 4~5m 높이에서 로프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볼더링, 15m의 벽을 빨리 오르는 방식의 스피드로 세 가지 방식인 것과 달리 파라 클라이밍은 리드 부문만 있다. 리드 부문도 암벽 가장 높은 곳에 로프를 연결하는 '탑 로프' 방식으로만 진행된다. 대신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총 10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지체장애는 정도에 따라 AL1, AL2, AU2, AU3, RP1, RP2, RP3로, 시각장애는 B1, B2, B3로 나뉜다. 시각장애의 경우 선수를 대신해 루트를 찾아줄 가이드와 소통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간다. 리드 경기 형식과 채점 방식은 일반 클라이밍 리드와 동일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의 주도하에 2006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처음 국제 파라 클라이밍 대회가 열리면서 주요 종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11년부터는 클라이밍 세계선수권과 함께 파라 클라이밍 세계선수권도 개최됐다. 2024년 파리패럴림픽 이후 2028년 LA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이 파라 클라이밍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한국도 빠질 수 없었다. 파라 클라이밍 종목 육성을 예고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파리패럴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2028 로스앤젤레스 패럴림픽 정식 종목 채택이 유력한 클라이밍 종목에 맞는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대한산악연맹이 함께 개최한 이번 강습회 또한 LA패럴림픽 파라 클라이밍 종목의 선수 육성을 위한 과정의 첫걸음이다. 강습회를 시작으로 다가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파라 클라이밍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선수를 키워내는 것을 1차 목표로 내걸었다.

한국에선 시작 단계이기에 강습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아직 파라 클라이밍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 감독이자 파라 클라이밍 자문위원, '스포츠클라이밍 국대' 서채현의 아버지인 서종국 대한산악연맹 이사도 강습을 지도하며 이제 첫 단계임을 강조했다. 서 이사는 "아직 안갯속이다. 어떤 좋은 인재가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시작 자체가 고무적이다. 이번 강습에서 가능성 있는 참가자들도 보였다. 파라 클라이밍이 더 알려지고, 더 많이 접하게 된다면 좋은 인재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클라이밍 자체가 도전, 모험심을 이야기하는 종목이다. 첫 도전을 시작한 분들의 모습 자체가 멋있다. 동작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했다. 꾸준하게 관심을 두고, 도움을 준다면 파라 클라이밍도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고된 실습 과정에서도 성취감과 열정이 가득했다.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인 한승희도 대학 선배의 추천으로 이날 강습회에 참여했다. 한승희는 "이전에도 장애인이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당시에 호기심에서 끝났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로 접해보게 됐다"며 "휠체어를 타다보면 시야가 낮다. 높은 곳을 내 힘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성취감을 준다"고 했다.

파라 클라이밍 국가대표를 꿈꾸며 2028년 LA패럴림픽을 향한 열정을 드러낸 참가자도 있었다. 2023년 전국장애인하계체전 트라이애슬론 은메달, 2024년 전국장애인하계체전 평영 은메달 등 장애인 체육 입상 경험이 있는 서정철은 "내 체질이 클라이밍인 것 같다. 내 종목을 찾은 것 같아서 경북 포항에서 새벽 첫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 첫 경험이지만, 너무 재미있고, 스릴 있다.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왔지만, 앞으로 4년을 잘 준비해서 LA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도록 열심히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파라 클라이밍은 나아가고,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유럽, 미국과의 훈련 환경 격차도 극복해야 한다. 서 이사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선 큰 암장에서 장애-비장애인이 같이 훈련한다. 장애인 선수들도 휠체어를 밀고 들어와서 일반 선수처럼 등반을 한다. 그 모습이 정말 멋있다. 한국도 그런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의 파라 클라이밍이 LA패럴림픽을 향해 위대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클라이밍은 한계에 대한 도전, 돌파라고 말한다. 파라 클라이밍은 그보다 더 대단해 보인다"고 첫 강습 소감을 밝힌 서 이사는 "파라 클라이밍이 한국 클라이밍의 새로운 장을 열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