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김윤하에 가려진 전체 1순위 특급 신인의 부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또 패전이다. 부상 복귀 후 9경기를 던졌는데 1승도 없다. 6패 뿐이다. 지난해 이맘 때 즈음, 이 선수에 대한 평가와 기대치로 뜨거웠던 걸 생각하면 참혹한 결과다.
키움 히어로즈 정현우는 1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지만, 4회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3⅓이닝 4안타(1홈런) 3볼넷 3삼진 2실점.
점수차가 크지 않았고, 투구수도 67개에 그쳤기 때문에 부상 등이 있나 염려가 됐다. 하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벤치의 판단이었다.
키움은 올시즌 사실상 꼴찌를 예약해놓은 상태다. 정말 잘못했다가는 KBO리그 출범 후 첫 100패팀 불명예를 쓸 수도 있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선발진 붕괴가 가장 큰 이유였다. 외국인 타자 2명으로 간 게 최악의 수가 됐고, 3선발로 내정한 고졸 2년차 김윤하가 올해 0승12패 처참한 성적을 내며 팀 분위기가 완전히 망가졌다.
김윤하는 패전을 쌓을 때마다 기록을 향해가고 있다. 지난해 기록까지 더해, 이제 2패만 더하면 장시환의 개인 19연패 최다 타이가 된다. 이 김윤하의 불명예 기록에 이슈가 집중되서 그렇지, 사실 특급 신인이라는 정현우의 부진도 팀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정현우는 키움이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야심차게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선수다. 정우주(한화)의 지명이 유력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드래프트 개최를 앞두고 키움은 정우주에서 정현우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스카우팅 리포트는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으로, 변화구 구사와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춘 '완성형 좌완'이라고 소개했다. 얘기만 들으면, 당장 프로 무대에서 10승을 할 수 있는 투수처럼 보였다. 실제 키움은 김윤하에 이어 4선발로 정현우를 점찍었다. 신인왕 최유력 후보로 손꼽혔다.
3월26일 KIA 타이거즈와의 프로 데뷔전 첫 승. 힘찬 출발인 듯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5이닝을 채우는데 무려 122개의 공을 던졌다. 6실점(4자책점). 타선 지원 속에 승리를 따냈는데, 큰 문제가 발생했다. 어깨 부상. 3경기를 던지고 이탈했다. 데뷔전 122구 투구가 부상 이유의 전부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영향이 없을 수 없었다. 거의 두 달을 쉬었다. 어린 투수이기에 키움도 최대한 안전하게, 차근차근 준비를 시켰다.
하지만 복귀전인 6월8일 LG 트윈스전 5이닝 1실점 호투를 하고도 패전을 떠안으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그 경기 포함, 9경기 선발로 던지며 퀄리티스타트는 단 한 번 뿐. 그것도 6월27일 삼성 라이온즈전 6이닝 4실점을 했는데 자책점이 아니어서 나온 기록이었다. 매 경기 난타를 당하기 일쑤. 강점이라던 제구력도 사라졌다.
가장 심각한 건 구속이다. 이날 SSG전만 봐도 직구 최고 구속이 143km였다. 최고가 143이면 대부분 130km 후반대에서 140km 초반대에 그쳤다는 것이다. 정말 제구와 경기 운영이 완벽해야 이 구속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것도 아니니 프로 무대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시즌 초에는 프로에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긴장되고, 날도 쌀쌀해 그런줄 알았다. 선수 본인도 "경기를 하면 할수록 구속은 올라올 것"이라고 했는데 더 느려지고 있다.
150km를 넘는 공을 던진다는게 지나친 과대 평가였는지, 아니면 어깨 부상 이후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돌아와 공을 뿌리는 건지 면밀히 체크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고교 시절 힘이 넘칠 때 어쩌다 한 번 기록한 구속이, 언론을 통해 계속 포장되면 그 선수의 평균 구속처럼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교 선수들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사실 정현우도 평균적으로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