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IA가 못 친 거야, 문용익이 잘 던진 거야.
KIA 타이거즈 팬들은 3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을 보며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2대8로 완패한 것을 물론이요, 8회까지 무안타에 허덕이다 9회 겨우 팀 노히트노런을 면했기 때문이다.
KT 선발 문용익에 완전히 당했다. 그래서 더 큰 충격이었다. 꾸준히 선발로 던진 투수라면 모를까, 이날이 2019년 프로 입단 후 처음 선발로 데뷔하는 '임시 선발'에게 5이닝 퍼펙트를 당할 뻔 했기 때문이다. 4회 2사 상황서 나성범의 볼넷을 제외하고, KIA 타자들이 5회까지 출루를 한 일은 없었다. 5이닝 무안타 1볼넷 8삼진 완벽투. 그렇게 선발 데뷔전에서 달콤한 첫 승을 따냈다.
문용익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 김재윤의 보상 선수로 KT에 합류했다. 삼성에서는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불펜으로 어느정도 존재감을 드러냈고, KT는 새로운 불펜 필승조가 될 거라는 기대 속에 문용익을 지명했다.
하지만 새 팀 적응은 쉽지 않았다. 특히 KT는 불펜이 강하기로 유명한 팀. 확실한 자기 무기가 없으면 1군에서 기회를 얻는게 쉽지 않았다. 지난해 12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12.19을 기록하고 말았다.
올해는 이날 경기 전까지 13경기 불펜으로만 나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선발이었을까. KT는 소형준이 불펜으로 갔다 선발로 돌아왔지만, 1주일 이상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배제성도 2군에 갔다. 대체 선발이 필요했다.
이강철 감독이 아무 대책 없이, 아무나 선발로 내세운 건 아니다. 사실 문용익은 올해 콜업됐을 때는 팀 사정상 불펜으로 나왔지만, 2군에서는 꾸준하게 선발 수업을 받고 있었다. 대체 선발 요원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선발 준비를 시킬 자원을 찾았고, 문용익이 뽑혔다. 투수 전문가 이 감독은 문용익이 불펜으로는 빠른 공을 던지지만 제구가 안정적이지 못한 점을 발견해, 차라리 선발로 힘을 빼고 길게 던지면 제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랜 기간, 힘들게 준비한 보상을 제대로 받았다. 선수 본인도 선발 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고, 5강 싸움에서 갈 길 바쁜 KT는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이 경기가 향후 KT가 가을야구를 간다고 가정하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문용익은 이날 '파이어볼러'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포크볼러로 대변신에 성공했다. 직구 최고구속 151km를 찍긴 했는데, 중요한 건 총 73개의 공 중 직구는 16개밖에 던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크볼을 무려 44개나 던졌다. 문용익은 원래 직구-슬라이더 투피치 유형의 투수였다. 하지만 KT에 와 생존을 위해 포크볼을 연마했고, 그 비밀 무기가 이날 제대로 터졌다. KIA 타자들도 생소한 문용익의 구종과 경기 운영에 당황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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