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일본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머문 자리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습관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전 세계 17세이하 선수들이 카타르에서 2025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자웅을 겨루는 가운데, 일본 유망주들이 '실천하는 아름다움'으로 다른 국가 선수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 U-17 대표팀 선수들은 8일 카타르 도하에 있는 선수단 숙소에서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멕시코 선수들과 서로 하이파이브를 건네는 모습이 공개됐다. 일본 선수와 스태프가 두 줄로 도열해 지나가는 멕시코 선수들을 응원하자, 뒤이어 멕시코 선수단이 화답했다. 6일 뉴칼레도니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르러 가기 전 응원 의식으로, 두 팀은 라이벌 의식을 잠시 내려뒀다.
일본 축구전문매체 '풋볼존'에 따르면, 릴레이 하이파이브는 일본 U-17팀 주전 골키퍼 무라마츠 슈지(18·LA FC)와 평소 친분이 있는 멕시코 수비수 펠릭스 콘트레라스(레알 솔트레이크)와 인연에서 시작됐다.
혼혈 골키퍼이자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의 소속팀 동료인 무라마츠는 "콘트레라스와 미국 U-15팀에서 같이 뛴 적이 있다. 우린 숙소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일본 선수들이 먼저 큰트레라스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줬고, 멕시코 팀 전체와 스태프들이 우리에게 박수를 해줬다.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별리그 2연전에서 1승1무를 달리며 B조 2위에 자리한 일본은 9일 포르투갈과 최종전을 통해 32강 진출을 노린다.
종전 24개팀에서 두 배 늘어난 48개팀 체제로 치르는 첫 대회로, 12개조 1~2위팀과 3위 중 성적이 좋은 8개팀 총 32개팀이 토너먼트에 오른다. 한국은 일본의 응원을 받은 멕시코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대1로 꺾고, 스위스와의 2차전에서 0대0으로 비기며 승점 4로 F조 2위를 달린다. 10일 2전 전패로 탈락이 확정된 코트디부아르와 최종전을 펼친다.
일본 대표팀 스태프는 멕시코 선수들이 일본의 영향을 받아 직접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무라마츠는 이러한 상호 긍정적 영향에 대해 "우리는 식당 주변과 방을 최대한 정리하려고 노력한다. 멕시코 선수들도 우리처럼 모든 테이블을 깨끗하게 치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A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깔끔한 퇴장'으로 전 세계 축구팬의 찬사를 받았다.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2대3으로 패해 탈락한 이후 선수단은 라커룸을 깨끗히 청소했고, 일본 원정팬은 관중석 쓰레기를 치웠다. 라커룸 칠판에 적은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는 큰 울림을 남겼다. 일본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2023년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2025년 EAFF E-1 챔피언십에서도 '청소 문화'를 이어갔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