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사실 삼성에 필요한 건 우타자였는데, 왜 갑자기 최형우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최형우 이적 드라마가 끝났다. 최형우는 3일 삼성 라이온즈와 2년 최대 26억원의 조건에 도장을 찍으며 선수 인생 마지막이 될 수 있는 FA 계약을 마쳤다.
뜨거운 이슈였다. 내년이면 43세가 되는 선수의 폼이 떨어지지 않으니 문제였다.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는 1+1년 계약을 고수했다. 사실 총액은 삼성의 26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1년에 대한 옵션 내용도 크게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하게 뛰기만 한다면 사실상 2년 계약이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그게 자신을 믿지 못하는 걸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또 현실적으로 선수들은 안전한 계약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삼성의 2년 보장 계약이 끌렸을 수 있다.
돈도 돈이지만 당장 내년 시즌 우승 가능성, 그리고 정들었던 데뷔팀으로 돌아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한다는 명분 등도 더해진 최형우의 삼성행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 그리고 올해 한국시리즈 진출 문턱에서 실패하며 성공적인 두 시즌을 치른 삼성. 핵심은 막강한 타력이었다. 안그래도 강한데, 30홈런에 100타점 가까운 기록이 가능한 타자가 더해진다고 하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최형우는 올해 24홈런을 쳤는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면 홈런 6개 더해지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삼성은 좌타자를 원하지 않았다. 우타 거포를 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타선이 좌타자 일색이다. 김지찬-김성윤-구자욱-디아즈-김영웅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순에 우타자가 들어갈 자리도, 선수도 없다. 밸런스가 맞지 않으니, 우타자가 늘 필요했다. 좌투수 1명으로 2이닝도 막을 수 있다. 작년 박병호 트레이드를 적극 추진했던 것도 그 이유다.
여기에 최형우는 지명타자다. 수비 출전은 사실상 힘들다. 삼성은 지명타자 요원도 크게 필요치 않았다. 최형우가 오면 구자욱이 거의 풀타임으로 수비를 소화해야 하는데, 최근 몇 년간 다리 부상 이슈로 인해 구자욱의 수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숙제를 풀기가 힘들어진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왜 삼성은 최형우 영입을 추진했을까. 몸값이 26억원이지, KIA에 내주는 보상금이 무려 15억원이다. 43세 타자에 2년에 총액 41억원을 지불하는 것이다.
아마 정말 온전히 야구 관점으로만 파고 들었다면 최형우 영입을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는 오로지 경기력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팬심, 스토리 등도 중요하다. 어쩌면 삼성이 노리는 건, 경기력 이상의 뭔가 끌어오르는 감정을 선수단과 팬들에게 선물해주려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일단 내년 시즌 삼성과 KIA 맞대결 분위기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KIA는 최형우의 상징성에 주눅이 들 것이고, 삼성은 기세등등 할 것이다.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삼성 이종열 단장은 성적이 아니라, 삼성팬들이 그렇게 원하던 응원가 '엘도라도'를 부활시키며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이번 최형우 영입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일인지 모른다. 요즘 팬들은 단순 승패를 떠나 팀과 선수,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에 심취한다. 물론 여기에 야구로까지 터져준다면 화룡점정이 될 일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