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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러브 미 모어'. 에이핑크는 15년 차에도 사랑을 덧붙이는 '현재진행형'의 시간을 걷고 있다.
에이핑크는 '컴백에 진심인 걸그룹'이라는 말을 증명하는 팀이다. 15년 차라는 연차를 설명이 아니라 결과로 남겼다.
날짜부터 여러 면에서 상징적이다. 활동 시작일은 지난 1월 5일. 데뷔 후 음악방송 첫 1위를 기록했던 날짜이자, 디지털 싱글과 스페셜 활동을 제외하면 정확히 15번째 정규 컴백이 겹치는 지점이다. 15주년을 맞아 1월 5일에 맞춘 날짜라는 해석까지 더해지며, 이 컴백은 우연이라기보다 계산된 선택으로 읽힌다.
멤버들의 진심 역시 1월 5일이라는 날짜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지금의 에이핑크는 소속사가 다른 다섯(5) 명의 멤버가 '에이핑크'라는 팀 하나(1)를 위해 다시 모인 형태다. 각자의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팀 활동 앞에서는 같이 뜻을 모은 것. 15년 차에 이런 결정을 내린다는 건 '원팀'을 향한 의지가 앞선다는 뜻이다.
사실 이번 컴백이 '3년 만'이라는 표현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완전체 음악방송 활동은 3년 만이지만, 그 사이 디지털 싱글은 꾸준히 이어졌다. 이것이 에이핑크가 15년 차 걸그룹이지만, 여전히 '현역'인 이유다.
무대에서는 그 힘이 더 분명해진다. 에이핑크는 5일 열한 번째 미니앨범 '리: 러브'를 발매하고, 8일부터 타이틀곡 '러브 미 모어'로 음악방송 활동에 돌입했다.
이 컴백 무대에서 확인된 건 여전한 라이브 실력과 팀 시너지였다. 흔들림 없는 가창력, 각자의 음색이 또렷한 라이브, 그리고 힙한 칼군무가 더해진 댄스 브레이크까지. 청순 아련이라는 정체성은 유지한 채, 발성과 무대는 더 깊어진 모양새다. 그래서 '러브 미 모어'는 고음이 많아도, 이지리스닝이 가능한 곡으로 큰 호응을 얻는 중이다.
특히 정은지를 중심으로 한 라이브가 역시나 강력하다. 턴을 돌다 고음을 꽂아 넣고, 핸드마이크로 높은 음역을 소화하며 춤을 춘다. 강한 자만 살아남던 세대의 팀이라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앨범은 내용에서도 '연차의 의미'를 분명히 한다. '리 :러브'는 데뷔 15년을 돌아보며 깨달은 사랑의 서사를 담은 앨범이다. 수록곡 '선샤인'에서는 청량한 밴드 사운드로 희망을, 발라드 '손을 잡아줘'에서는 팬들을 향한 진심을 전한다.
실제로 2011년 데뷔한 에이핑크는 '몰라요'를 시작으로 '마이 마이', '노노노', '미스터 추', '1도 없어', '응응', '덤더럼'까지, 세대별 히트곡을 쌓아오며 팀의 정체성을 단단히 만들어왔다. 이 축적된 서사가 있었기에, '러브 미 모어'는 회귀가 아닌 연장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타이틀곡 '러브 미 모어'는 에이핑크가 왜 15년을 지나서도 팀 컬러를 잃지 않았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곡이다. 클래식한 감성을 트렌디하게 풀어내면서도, 에이핑크 고유의 청순한 색깔은 흐려지지 않았다. 에이핑크가 잘하던 전공으로 돌아왔고, 그 전공을 현재형으로 다듬은 것이다.
활동 반경도 넓었다. 음악방송뿐 아니라 KBS2 '더 시즌즈-10CM의 쓰담쓰담', SBS '런닝맨', 웹 예능 '집대성', '유인라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에 완전체로 출연하며 무대 밖에서도 15년 차 끈끈한 케미스트리를 입증했다. 박초롱과 윤보미는 '쇼! 음악중심' 스페셜 MC로 활약하기도 했다.
성적도 따라왔다. '리 : 러브'는 19개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 올랐고, '러브 미 모어'는 국내외 차트와 댄스 챌린지로 확산, 많은 이의 알고리즘을 점령했다.
이제 아이돌에게 연차가 쌓인다는 건 예전 세대로 남는다는 뜻이 아니다. 에이핑크는 그 반례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에이핑크는 그 문장을 15년째 갱신 중이다. 여전히 대학 축제 무대에 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향수가 아니라, 지금도 현장에서 통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최근 K팝 신에서는 빠른 세대 교체와 콘셉트 소진 속에서, 연차가 곧 공백이나 정리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 흐름 속에서 완전체를 유지하는 방식, 주기적으로 음악을 내는 태도, 그리고 무대에서 증명하는 실력까지. 지금의 에이핑크는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여전히 작동하는 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활동의 열기를 이어, 에이핑크는 2월 21~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여덟 번째 단독 콘서트 '디 오리진: 에이핑크'도 연다.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총망라하는 무대다. 공연명처럼 오리지널이 무엇인지 직접 증명하는 자리. 15년 차 걸그룹의 컴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유가, 그 무대에서 다시 확인될 예정이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