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대상을 받은 뒤에도 엔하이픈은 멈추지 않는다. 트로피를 내려놓자마자 다시 칼을 갈았고, 그 결과물을 미니 7집 '더 신: 배니시(THE SIN : VANISH)'로 꺼낸다.
지난해 주요 시상식에서 대상급 트로피를 연이어 품에 안은 엔하이픈은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나 신보에 대해 "대상 가수다운 앨범"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대상 가수"라는 호칭을 자랑처럼 꺼내기보다, 그 호칭이 따라붙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책임을 먼저 말했다. 대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 됐다"가 아니라 "이제부터다"라는 쪽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팬 여러분이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해 미리 주신 선물이라 생각해요. 대상에 감사하는 아티스트라는 걸 증명하고, 그 선물에 보답해야 한다고 느꼈어요."(제이)
대상이 '도착지'라면, 축하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엔하이픈에게 대상은 '확인'이었다. 지금까지의 시간에 대한 확인, 그리고 다음을 향한 출발선이다.
"데뷔 때부터 2025 대상을 목표로 하고 왔어요. 그래서 지난해 대상을 받고 나서 너무 감사했죠, 지금까지 한 목표만 보고 달려왔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더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봅니다."(성훈)
정원은 대상의 순간을 더 감정적으로 기억했다. 숫자가 쌓여 만들어진 상이지만, 받는 순간에는 숫자가 아니라 팬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정말 많이 울었던 게 기억이 나요. 원래 감정이 무딘 편이라, 안 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엔하이픈 이름이 불리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연습생 때도 생각나고, 데뷔 초 때도 생각나고, 특히 '마마 어워즈'에서 받은 대상 이름이 '팬스 초이스'니까, 100% 팬투표로 이뤄진 상이었어요.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죠.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어요."(정원).
'대상 이후'를 가장 정면으로 보여줄 결과물이 이번 컴백이다. 엔하이픈은 16일 미니 7집 '더 신: 배니시'를 발매했다. 약 7개월 만의 신보로, '죄악'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시리즈 '더 신' 서막을 연다. 타이틀곡 '나이프(Knife)'를 포함해 총 11곡이 수록됐다. 인간과 뱀파이어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금기를 깨고 도피하는 연인의 이야기가 앨범 전반을 관통한다.
제이는 이번 앨범을 한 문장으로 "칼을 갈고 만든 앨범"이라고 했다. "이번 앨범이 지금껏 냈던 모든 앨범 통틀어서 제일 만족스러워요. '나이프'라는 곡명 그대로 칼을 갈고 만든 앨범이죠. 콘셉트 앨범이다 보니 첫 번째부터 마지막까지 내레이션이 있고, 순서대로 시간의 흐름이 이어져요. '나이프'는 도피하면서 느끼는 두려움과 추적을 표현했고, 그 안에서 짜릿함을 담았어요."(제이)
성훈도 앨범의 규모감을 자랑했다. "타이틀곡 '나이프'뿐만 아니라 훌륭한 수록곡들이 많아요. 스케일도 크고, 곡들도 좋고, 미니라고 하기엔 정규 같은 스케일이죠."(성훈)
공백을 길게 느낀 멤버들도 있었다. "7개월 만의 컴백이었어요. 공백이 길었죠. 그만큼 이번에 결과물이 좋아서 얼른 컴백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제이), "1월 컴백이라 새해를 기쁘게 시작해서 좋아요. 열심히 준비했죠."(선우)
타이틀곡 '나이프'는 다크한 분위기와 강한 타격감의 트랩 비트가 돋보이는 힙합 곡이다. 날 선 신스 사운드와 "잇츠 어 나이프(It's a Knife)"라는 후렴구가 강렬한 중독성을 만든다. 어떤 위협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자신감이 엔하이픈 특유의 에너지로 집약됐다.
"도피에 대한 불안함도 표현했지만, 누군가에게 쫓기는 중이죠. 얼마든지 쫓아보라는 걸 칼에 빗대어 표현했어요. 우리의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은 가사도 들어 있어요."(성훈)
타이틀 선택 과정도 들려줬다. "타이틀곡 후보가 네다섯 곡 있었어요. 궁극적으로 좋았던 건 이번 앨범 중 '나이프'였죠. 업 템포의 트랙 장르인데 힙합이면서 트렌디해요. 트랙 힙합은 처음이었어요. 퍼포먼스적으로도 보여드릴 게 많다고 생각했고요. 저희에게 너무 잘 어울리고 멋있는 작업물이라 인상 깊었어요."(희승)
'칼'은 이번 앨범의 핵심 키워드이자, 멤버들의 마음가짐을 요약하는 은유였다. "'나이프' 데모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번 앨범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뮤직비디오부터 노래, 콘텐츠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만족스러워요. 제목처럼 정말 칼을 갈고, 칼을 들고 왔죠."(니키)
대상 이후, 엔하이픈은 더 큰 이름들과 움직인다. 선배 그룹 엑소, 유닛이지만 세븐틴 도겸X승관과 활동 시기가 겹치는 것. 엑소와 세븐틴은 엔하이픈 이전에 대상을 휩쓸던 세대다.
정원은 겸손과 자부심을 함께 드러냈다. "너무 존경하는 선배님들입니다. 감히 비교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해요. 너무 위대하신 선배님들이시죠. 그 안에서 엔하이픈의 강점이라면 퍼포먼스입니다. 이번 퍼포먼스가 정말 잘 나왔어요. 듣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있어요."(정원)
대상 이후 컴백인 만큼, 각오도 더 구체적이었다. "데뷔 이후로 이루고 싶은 소망이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하고 싶어요. 그간 차트에 들어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1등은 아직 없었죠. 정말 이번 앨범에 자신 있고, 대중분에게도 인정받고 싶어요."(니키)
그런가 하면, '대상 가수'지만 '대중성'에 대한 고민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적은 없다'는 말이 있지 않나요? 스토리라인도, 콘셉트도 보면 볼수록 딥하고 디테일이 많아요. 저희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빠져들 거라는 확신은 있어요. 그 안에서 고민은 아직 한 번도 저희를 못 보신 분들이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니키)
대상 이후의 평가는 늘 잔인하다. 더 이상 '잘했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는 다음 무대가 대답이 된다. 중요한 건 '전작보다 좋다'가 아니라 '지금의 자리와 어울린다'는 무게다.
그래서 엔하이픈은 트로피는 잠시 진열장에 넣어두고, 다시 칼날을 세웠다. 이 칼에 어디까지 썰려 나갈지, 이번 신곡 '나이프'로 증명될 전망이다.
"개인적으로 대상을 받았기 때문에, 대상 가수다운 앨범이라 말씀드리고 싶어요."(제이크)
"이번 앨범을 한 단어로 설명해달라고요? 타이틀곡명이 '나이프'다 보니까, 뭔가 칼 갈았다는 의미면 좋겠어요."(선우)
"사전 프로모션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앨범입니다. 대상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는 앨범이라 봐요."(제이)
"작년에 대상을 탄 만큼, 그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각오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대상 가수에 걸맞은 앨범이면 좋겠어요."(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