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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다른 공인구를 쓰게 된 점이 박찬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간 공인구와 관련해선 이대호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어찌보면 투수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박찬호가 한국 공인구에 어떻게 적응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투수, 손감각 차이는 천차만별
우선 미국 공인구는 처음부터 미끄럼 방지를 위해 새 공에 진흙을 묻혀서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분명 새 공인데 약간 누렇게 보이는 이유다. 우리 프로야구에선 공식적으로 이런 과정을 거치진 않는다. 박찬호가 접하게 되는 표면적인 변화일 것이다.
삼성 김현욱 코치는 "투수들은 공 둘레가 1㎜만 달라져도 차이를 크게 느낀다. 과거 일본쪽 공인구인 미즈노 제품을 보면 솔기가 조금 높다는 느낌이 있었다. 투수에 따라서 솔기가 높으면 변화구를 더 자신있게 던질 수 있다는 경우가 있지만, 반대로 솔기가 높으면 손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투수도 나온다"고 말했다.
투수마다 선호하는 감각이 다르다는 얘기다. 김 코치는 "박찬호의 경우 작년에 미국에서 일본으로 옮겼을 때도 분명 초반에 공인구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워낙 베테랑이기 때문에 적응하는 속도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끄러짐의 정도, 솔기의 폭과 높이 등에 따라 투수들이 제각각 반응한다. 어떤 투수는 일본 공인구가 손에 착 감긴다고 하고, 다른 투수는 불편하다고 한다. 찬호 역시 한국 공인구와 궁합이 어느 정도 맞을 지는 계속 던져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6년에 제1회 WBC가 열렸을 때 미국측에서 제공한 WBC 공인구에 대한 우리 대표팀 투수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솔기가 낮고 넓어서 힘들다는 평가가 꽤 있었는데, 한편으론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투수들도 있었다.
일본 '통일구'와 이대호의 과제
일본프로야구가 작년부터 새로운 공인구를 사용하고 있다. 구단마다 다른 공인구를 쓰던 걸 하나로 통합했기 때문에 '통일구'란 이름으로 규격화됐다. 대체로 솔기 폭이 조금 넓어지고 높이가 약간 낮아졌는데 미국 공인구와 유사하게 바뀌었다는 얘기가 있다.
무엇보다도 통일구는 반발력이 약해졌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인데, 제조사인 미즈노측 발표에 따르면 이전의 공인구에 비해 비거리가 1m 정도 짧아진다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본프로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비거리 축소가 4~5m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비거리 차이가 5m라면 홈런 될 공이 펜스 앞에서 잡힌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프로야구가 2011년에 통일구로 한시즌을 치렀다. 그 결과 전체 홈런수가 전년도 1605개에서 939개로 줄었다. 666개(41.5%)나 감소했다. 2010년에는 20홈런 이상을 친 타자가 양대 리그 합해 20명이었지만 2011년에는 8명으로 줄었다.
반면 팀방어율은 엄청나게 좋아졌다. '꿈의 방어율'이라 할 수 있는 2점대 팀방어율을 기록한 팀이 무려 6개 구단이었다. 1점대 방어율 투수가 1명에서 6명으로 증가했다. 때문에 "재미없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쨌든 올시즌에도 통일구가 사용된다는 게 중요하다.
현재 한국프로야구가 쓰고 있는 공인구는 통일구 이전의 일본 공인구와 반발력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대호에게도 통일구의 특성은 중요하다. 일본의 중장거리 타자들은 "이전처럼 우격다짐으로 쳐선 홈런이 잘 안 나온다. 오히려 홈런에 대한 과욕을 버리고 공의 중심을 정확히 때려야 비로소 홈런이 나온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승엽도 "예전엔 빗맞아도 장타가 되거나 힘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통일구로 바뀐 뒤에는) 정타가 아니면 '넘어갔다' 싶은 것도 안 넘어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파워 못지않게 정교함과 부드러운 스윙을 갖춘 타자다. 그러니 자신의 강점을 잘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홈런보다 출루율 인센티브를 높게 잡은 것도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타자들이 흔히 표현하는 '대놓고 쪼갠다'는 식으로 스윙하는 것 보다는 '중심을 맞힌다'는 식의 배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단 통계로 입증된 통일구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극단적으로 말해 박찬호는 지난해보다 장타를 더 의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변수, 공인구의 품질
한국, 미국, 일본의 공인구를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이 있다. 제품 단가와 품질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야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프로야구 공인구는 한개당 약 6000원에 납품된다. 반면 미국과 일본 공인구는 대략 2만원 수준이다. 바로 이같은 납품 단가 차이로 인해 공인구 품질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공인구는 미국이나 일본 공인구에 비해 코어를 감싸는 양모가 덜 촘촘하게 감기고, 순수 양모가 아닌 다른 재료가 섞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표면의 가죽도 품질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실이 성기게 감긴 상태에서 일정 무게를 유지하려면 건조도 덜 시키게 된다는 주장이다. 건조가 덜 된 공은 비거리가 짧아진다.
또한 12개들이 한 박스의 공 중에서도 투수들이 손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규격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생산 단가가 낮다보니 미국, 일본 공인구에 비해 규격 일관성의 차원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관점에 따른다면, 박찬호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불규칙한 공인구에 적응하는 게 우선 과제다. 타자인 이승엽과 김태균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과거에 체험했던 공인구다. 또한 지난해 통일구를 상대했기 때문에 올해에는 비거리 증가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LG 박석진 코치가 바로 작년까지 일본 야쿠르트에서 코치 연수 과정을 밟았다. 통일구의 특징도 근거리에서 지켜봤다. 박 코치는 "일본 공인구는 점점 더 메이저리그 공인구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통일구가 그렇다. 투수가 쥐어보면 좀 크게 느껴진다. 반면 우리나라 공인구는 조금 작게 느껴진다. 실밥도 얇은 편이다. 그러니 직구를 던지면 효과가 좋다. 반면 변화구의 꺾이는 각은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코치의 경험에 따르면 박찬호는 직구 공끝에선 국내 공인구를 쓰는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물론 리그에 따라 상대하는 투수, 타자의 수준이 다르다는 것도 중요한데 그건 수치화하기 어렵다. 결국 공인구 자체에 대한 적응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