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사례로 본 전훈 제외, 대체 어떤 의미일까

최종수정 2012-01-11 14:43

전훈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LG 박현준이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체력테스트의 일환으로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박현준은 4㎞ 러닝에서 불합격을 받아 일단 전훈 명단에서 빠졌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프로야구 선수는 당연히 전지훈련에 참가한다'는 건 잘못된 표현이다. 실제로는 참가하고 싶어도 못하는 선수가 있으며, 때론 전지훈련 불참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LG 김기태 감독이 전지훈련 출발을 앞두고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해 13승10패, 방어율 4.18로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했던 투수 박현준이 '징계' 성격의 이유로 인해 전훈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LG는 오는 15일 투수조가 사이판으로, 야수조는 일본 오키나와로 출발한다.

LG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선수단 체력테스트를 실시했다. 김기태 감독이 선수들에게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강조하면서 LG는 3년만에 체력테스트를 부활시켰다. 이 체력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박현준 유원상 우규민 등 투수들이 전훈캠프 참가 불허 지시를 받았다. 모두 팀의 핵심 선수들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

"징계라기 보단 책임을 묻는 것"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가을 사령탑에 취임한 뒤 선수들에게 개별 자율훈련 목표치를 나눠줬다. 특별히 간섭하진 않을테니 1월초 합동훈련이 시작될 때까지 알아서들 몸을 만들라는 뜻이었다.

박현준은 10일 체력테스트에서 윗몸일으키기와 단거리 달리기에선 기준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4㎞ 러닝에서 20분9초를 기록하며 30점을 얻는데 그쳤다. 유원상과 우규민 역시 공식적으로 테력테스트 결과 때문에 일단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기태 감독은 "특히 투수는 무엇보다 하체가 중요하다. 달리기가 안 된다는 건 하체 운동을 안 했다는 얘기가 되는 것 아닌가. 징계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작년에 책임과 약속을 주문했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들 선수들이 끝까지 전지훈련에서 제외되는 건 아니다. 국내에 남아 잔류군과 함께 훈련하면서 일정 기준점 이상을 통과하고 그 보고서가 김기태 감독에게 전달되면, 그후엔 전훈캠프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LG는 체력테스트와 관계 없이 신정락 김성현 김선규 박명환 등 투수들이 재활 과정 혹은 몸상태 때문에 일단 명단에서 누락됐다고 밝혔다. 야수 파트에선 서동욱이 수술후 재활이 길어지고 있어 역시 국내에 남게 됐다.


전훈 참가? 당연한 게 아니다

LG는 39명의 전훈 참가 명단을 확정했다. 이걸 짜느라 10일 오후 김기태 감독과 스태프가 잠실구장 코치실에서 두시간 넘게 회의를 하면서 머리를 짜내야 했다. 주요 선수의 전훈 제외가 불러올 파장, 전훈캠프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선 전력의 큰 틀을 어떻게 짜야할 지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댄 것이다.

구단도 돈만 펑펑 쓸 수 있다면 그까짓 전지훈련, 70명 정도 규모로 선수들을 모두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지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구단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선수 한명을 추가할 때마다 예외없이 비용이 일률적으로 증가하게 돼있다. 대체로 45명 안쪽에서 선수단 규모를 추리게 되는 이유다.

그러니 팀 입장에선 전지훈련 참가자를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1군은 당연하고 1.5군급 선수들도 대체로 명단에 포함된다. 2군과 신입선수 가운데 현재 아프지 않으면서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이왕 큰 돈을 들여 보내는 전지훈련이니 실질 전력 증가의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선택하는 것이다.

전훈캠프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추운 한국에서 서러움을 느끼며 훈련해야 한다. 전훈캠프 명단에 오른다는 건, '구단과 코칭스태프로부터 최소한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애매한 경계선에 있다가 전훈캠프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상당히 섭섭한 심정을 내비치곤 한다.

선수는 왜 창피해하는가

일단 김기태 감독의 이번 결정은 파격적이다. 보통 말들은 쉽게 한다. 겨우내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선수는 전훈캠프에 데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실천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에이스급 선수를 1년중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한국에 남겨놓는 건 웬만한 결단이 아니면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기태 감독은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실천으로 옮겼다. 선수단도 사회조직이다. 조직 전체의 질서를 잡기 위해선 신상필벌이 확실해야 한다는 게 김기태 감독의 지론이다. 에이스 박현준의 국내 잔류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른 선수들, 특히 젊은 선수들은 느끼는 바가 분명 있을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9개 구단 사령탑중 가장 젊다. 게다가 부임 첫해다. 선수들에게 원칙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전지훈련 명단 포함 여부는 한편으론 전략적인 의미가 있다. 전훈캠프에 참가중인 선수들이 뭔가 잘못을 했을 때 감독들은 "쟤, 한국으로 보내버려!" 하는 농담을 자주 한다. 이 말을 들은 선수는, 농담인 줄 알면서도 일단 바짝 긴장한다.

선수 입장에선 캠프에서 중간 탈락해 대외적으로 소문이 아는 게 굉장히 창피한 일이다. 큰 부상이 생겼거나, 코칭스태프에게 완전히 낙인이 찍혔거나, 기량 미달이 입증됐거나, 기타 어떤 '사고'를 쳤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2월 중순 이후의 오키나와처럼, 4~5개 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에선 서로 다른 캠프에서 벌어진 선수 이동, 코치 이동 등에 대해 관심이 많고 소문도 빨리 돈다. 그 소문 안에 선수가 처한 현실이 드러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쫄쫄이 패션'으로 주위를 웃긴 LG 이진영이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체력테스트에서 50m 단거리 달리기를 시작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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