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에는 대부분 마음애 품었던 감정이 나타난다. 그 당시의 마음은 어땠는지, 혹은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구나 숨기려 해도 대부분 얼굴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0여일 간 팀과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잠적했던 최희섭은 결국 11일 만에 야구장에 나타났다. 18일 오전, 최희섭은 구단 라커룸쪽에 마련된 인터뷰실에서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최희섭의 소망은 단순했다. '다시 예전(2009년)처럼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최희섭은 행복하고 고맙다고 했다.
지난 8일, 팀의 새해 첫 공식 훈련에 빠지면서 문제를 일으켰던 최희섭은 정확히 9시30분이 되자 인터뷰실 문을 열었다.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 시즌에 비해서는 다소 펑퍼짐해진 몸매를 통해 최희섭이 그간 어떤 상황속에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자리에 오신 많은 분들께 너무 죄송합니다. 구단과 팬, 코칭스태프, 선수단 모두에 죄를 지었습니다. 잘못을 인정합니다".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인터뷰장에 들어선 최희섭은 사과의 말부터 했다. 모든 것은 본인의 잘못된 생각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말했다. 단체 훈련을 거부하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홀로 시간을 보낸 그간의 모든 과정에 대해서 최희섭은 "잘못했다"고 했다. 구구절절한 변명은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모든 상황이 진행된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상황에 대해 최희섭은 "내 잘못이다"고 거듭 말했다.
최희섭 역시 이런 점을 겸허하게 인정했다. "모든 문제는 나로 인해 비롯됐다. 지난 11월부터 너무나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야구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말한 최희섭은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운동을 통해 보여줄 수 밖에 없다. 어떤 변명도 없이, 구단과 선동열 감독님, 코칭스태프, 그리고 팬들에게 실망시켜드렸던 것들을 반성하고 만회하겠다"며 사실상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팔짱 낀 선동열, "용서는 나중 문제, 훈련부터 해라"
최희섭은 무릎을 꿇었지만,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김조호 단장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가 큰 틀에서 최희섭의 그간 일탈행위를 이해하고 용서했지만, 선수단 내부의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 특히, 새로 지휘봉을 잡은 선동열 감독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청천벽력같은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희섭의 '백배사죄'와는 별도로 선수단의 최고 책임자인 선동열 감독의 입장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최희섭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감독님께 먼저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과 스프링캠프를 떠난 미국 현지의 시차 때문에 이같은 최희섭의 의사는 미뤄졌지만, 최희섭이 얼마나 선 감독을 의식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자회견 직후, 최희섭은 선동열 감독과 통화를 나눴다. 선 감독은 대놓고 분노했다. "프로선수로서 이같은 행동은 용서할 수 없다. 용서는 나중 문제다. 먼저 훈련부터 해라"며 큰 소리로 최희섭을 야단쳤다.
그런데, 오히려 이같은 격렬한 반응은 최희섭에게 긍정적이다. 오히려 선 감독이 냉정하게 최희섭의 사과를 외면했다면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선감독은 최희섭을 호되게 다그치면서 앞으로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결국 당분간은 마음을 풀지 못하겠지만, 앞으로의 모습을 봐서 선수의 가치를 인정하겠다는 마음인 것이다. 호되게 혼내고 뒤돌아서 어루만지는 '아버지 리더십'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최희섭은 앞으로 선 감독의 이해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첫 번째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