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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부터 숙제를 내겠습니다. 저 두 명의 차이점을 찾아보세요."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아무리 눈을 크게 떠봐도 차이점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은 '교수님'은 어리석은 학생에게 정답을 제시했다. "던질 때 중심축이 되는 오른쪽 다리를 비교해보세요. 이제 다른 점이 보입니까. 저 다리가 끝까지 버텨줘야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습니다". 선 감독의 '투구론 강좌'는 그렇게 '김진우-한기주' 케이스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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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는 킥킹을 할 때 축족을 일직선으로 꼿꼿하게 세운다. 그 자세를 잠시 유지하다가 힘찬 릴리스 동작이 이어진다. 반면, 한기주는 킥킹 때 축족이 곧게 서있지 않고, 무릎이 15도 가량 구부러진 상태다. 축족이 살짝 굽어있다보니 킥킹 동작에서 릴리스까지의 호흡이 김진우보다 한박자 빠르다. 예를 들자면 김진우의 연속투구가 '원-투-스리'의 리듬인데 반해, 한기주는 '원-투스리'를 떠올리면 된다.
이런 차이점에 대해 선 감독은 "축족의 형태차이로 인해 두 선수의 하체이용법이 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진우는 킥킹 때 무게중심이 확실하게 뒤에 남아있다가 공을 던지면서 자연스럽게 앞으로 이동하는데, 한기주는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린다"면서 "결국 한기주의 경우 하체를 잘 이용하지 못하고, 상체 위주의 투구를 하게된다. 그러면 결국 종속이 안 살아나 볼끝이 무뎌진다"라고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킥킹 동작의 사소한 차이가 결국 '불안정한 축족'→'하체 중심이동 실패'→'종속의 저하'라는 연쇄 작용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선 감독은 "안정된 축족은 제구력과도 연관이 있다. 좋은 투수는 축족을 안정시켜 하체 중심이동을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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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현 시점에서는 김진우의 폼이 더 안정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진우가 한기주보다 단연코 뛰어나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어차피 시즌을 앞두고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김진우의 페이스가 다소 빠를 뿐, 한기주도 남은 캠프기간을 통해 얼마든지 자세를 수정하고 구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그래서 선동열 감독은 김진우와 한기주를 단순비교해 우위를 구분하지 않고 있었다. 두 투수의 스타일이 명확히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가치가 뚜렷하다는 것이 선 감독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선 감독은 어깨와 팔의 각도를 근거로 김진우와 한기주의 투구 스타일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선 감독은 "가장 이상적인 투구형태는 어깨와 하박(팔꿈치 아래쪽)이 90도를 이룰 때다. 팔꿈치가 어깨보다 높으면 커브와 포크볼 등 떨어지는 변화구에 유리하고, 반대로 낮을 때는 슬라이더 등 횡으로 움직이는 변화구를 잘 구사할 수 있다"면서 "김진우가 커브에 능하고, 한기주가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것은 이런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차이는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지점)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선 감독은 직접 투구 동작을 시연하면서 "팔의 각도가 높으면 릴리스 포인트도 위에 있기 때문에 종으로 떨어지는 공이 위력적이다. 돌아가신 최동원 선배가 그랬다. 반대로 낮을 경우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끌어오기 때문에 슬라이더 각이 예리하다"면서 "한기주와 김진우가 캠프 마지막까지 몸을 잘 만들어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대 최고의 '투수조련사'의 명쾌하고, 자세한 강의는 이렇게 팀의 앞날을 책임질 젊은 투수에 대한 격려로 끝을 맺었다.
서프라이즈(애리조나)=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