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유망주 미국행, 밑빠진 독 물붓기 언제까지

최종수정 2012-02-01 14:18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무차별적 스카우트 공격이 멈추질 않고 있다. 국내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잇달은 미국 진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국내 아마추어 야구 유망주들의 미국 진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31일 상원고 왼손 투수 김성민이 볼티모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무차별적 손길이 졸업반도 아닌 고교 2학년 선수에까지 뻗쳤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고교 2학년 선수가 미국에 진출한 것은 지난 97년 신일고 봉중근(현 LG) 이후 두 번째다. 선수 개인의 미래를 결코 보장해 주지 않는 메이저리그의 이같은 '습격'이 점점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일 김성민의 볼티모어 입단과 관련, 메이저리그사무국에 '각 구단의 한국 아마추어 유망주에 대한 스카우트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이런 조치보다는 고교 선수들의 근본적인 의식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줄줄이 태평양을 건넌 후엔 하나같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게 잊혀져 버리는 숱한 고교 유망주들. 언제까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할까. 성공 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한 고교 선수들의 미국 진출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일까.

그 많던 꿈나무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지금까지 미국 야구에 진출한 한국 선수는 총 55명이다. 그중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는 12명이다. 이 가운데 성공 사례를 꼽으라면 박찬호와 김병현, 그리고 유일한 현역 메이저리거인 클리블랜드 추신수 정도 밖에 없다. 현재 메이저리그를 노리는 마이너리그의 한국 선수는 대략 20명에 이른다. 이들은 시카고 컵스, 탬파베이, 시애틀, LA 다저스, 볼티모어, 오클랜드, 휴스턴, 텍사스 등 미국 대륙 전역에 흩어져 '기약없는' 메이저리그의 꿈만 꾸고 있다. 최근 탬파베이의 스프링캠프 초청을 받은 이학주를 제외하면 당장 메이저리그 승격이 기대되는 선수는 없는 실정이다. 시간적으로 기회는 충분하다고 하지만, 통계적으로 성공 확률이 굉장히 낮은게 현실이다.

언제까지 로또 확률을 기대할텐가

2006년 3명, 2007년 4명에 그쳤던 고교 유망주의 미국 진출은 2008년 6명, 2009년 9명으로 늘어나며 절정을 이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통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 야구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고, 국내 신인드래프트에서 우선지명제도가 사라지면서 연고 구단의 지원과 계약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미국 진출 선수 가운데 100만달러 이상의 계약금을 받은 선수는 이학주(115만달러)와 김진영(120만달러) 단 둘 뿐이다. 보통 계약금 규모는 30만~60만달러였고, 적게는 10만달러를 받고 건너간 선수도 있다. 여기에 마이너리그 연봉은 10만달러 안팎 수준이다. 즉, 5~6년 이상 고생하고도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시간적 기회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고교 또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1군에서 뛸 실력이 되면 굳이 미국에 가지 않더라도 좋은 대우를 받고 일본 구단에 입단해 거액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 리그에서 기량을 쌓은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치로, 마쓰이, 마쓰자카, 다르빗슈 등은 포스팅시스템 또는 FA를 통해 거액의 몸값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규정 명문화가 필요하다

KBO, MLB, NPB 등 한미일 3국 프로야구기구 사이에는 선수 계약 협정서가 있다. 다른 리그 선수를 데려올 때는 규정에 따라 일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각각의 협정서는 프로 선수에 관한 것일 뿐, 아마추어 선수들에 대한 스카우트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KBO가 아마추어 선수들의 미국 진출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이야기다. 메이저리그에서 아마추어 선수들의 신분조회가 들어올 경우 KBO는 '해당 선수는 금년 드래프트 대상자로 계약을 위한 협상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보내지만 구속력이 없다. 현재 야구규약에는 '99년 이후 해외 진출 선수는 복귀시 2년 동안 국내 프로야구에서 뛸 수 없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 또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지난 2007년 4월 해외파 복귀 특별법과 같은 '혜택'을 기대하고 있고, 만일 실패하고 돌아와도 고액의 몸값을 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메이저리그사무국과 아마추어 선수 스카우트에 관한 협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설득해 상생,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유망주들이 국내 리그를 선택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연고지 우선지명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일부 실체 없는 브로커들의 유혹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프로야구의 성장세를 눈여겨 봐야 한다. 이제 한국프로야구에서도 노력에 따라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섣부른 미국 진출은 국내 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수 개인에게도 폐해가 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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