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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를 통해서도, '숫자'가 강조되는 프로야구의 특성이 드러나고 있다.
프리배팅의 의미
메이저리그에선 BP(batting practice)라고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선 프리배팅이라 부른다. 타자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훈련이다. 쭉쭉 뻗는 타구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전훈캠프에서 타자의 프리배팅 홈런개수까지 자세하게 세는 건 일본프로야구만의 특징은 아니다. 한국 취재진도 과거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의 전훈캠프에 참가했을 때, 혹은 최희섭이 빅리그에서 뛸 때 프리배팅 과정을 낱낱이 체크하곤 했다. 개별 숫자가 모두 의미를 갖는 게 프로야구의 특성이다. 특히 프리배팅과 달리 실전에 가까운 구위를 접하게 되는 라이브배팅에선 홈런성 타구를 차곡차곡 세는 일이 많다.
프리배팅, 팀 화력의 증거
실제 경기에선 투수와 타자가 구질과 코스를 놓고 머리싸움을 한다. 프리배팅은 그런 게 없다. 본인의 타격폼을 점검하며 배팅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잡념 없이 편하게 치는 훈련이다.
그렇다면 프리배팅을 보면서 홈런성 타구를 세는 게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프리배팅에서 홈런 100개를 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실전에서의 홈런 1개가 더 중요한데 말이다.
2000년대 초반 삼성 라이온즈 타자들이 경기전 프리배팅을 하면 없어지는 공이 상당히 많았다.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 진갑용 등 파워 넘치는 타자들이 많아서 담장을 넘기는 타구가 잇달아 나왔다. 이들이 10개를 치면 5,6개가 홈런성 타구였던 시절이다.
그저 당연하게 여겨진 이 장면은, 다른 팀에겐 엄두도 못낼 일이기도 했다. 2001년 SK의 호주 블랙타운 전훈캠프에서 겪은 일이다. 당시 강병철 감독이 기자에게 글러브를 내주면서 "외야에서 프리배팅 타구도 잡아보고 공 모으는 것도 해보라"고 말했다.
과연 한시간 동안 플라이 타구를 몇개나 잡게 될까를 상상했다. 그런데 금세 생각이 달라졌다. 외야까지 날아오는 타구가 별로 없었다. 그러니 타구를 쫓아갈 일도 없었다. 이게 바로 팀 화력의 차이다. 마음 편하게 치는 프리배팅이지만 그 안에서 팀이 갖는 파워의 한계치가 드러난다.
이대호, 아직 본격 스윙 시작도 안했다
늘상 이뤄지는 프리배팅을 통해 감독들은 타자의 컨디션을 정확하게 체크한다. 경기전 덕아웃에서 감독이 취재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시선은 늘 배팅케이지를 향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프리배팅이지만, 그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쟤, 치는 것 보니 어디가 안 좋은데"라는 얘기가 나온 뒤 30분쯤 후에 그 타자가 장염에 걸렸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한다.
이대호의 경우 아직까지 프리배팅에서 파워를 과시하진 않고 있다.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프리배팅에서 홈런성 타구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가 갖고 있는 파워를 감안하면 100% 스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카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이대호의 프리배팅을 칭찬하고 있다. 타구 비거리를 떠나 몸쪽 공을 공략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인-아웃 스윙'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의미로, 이대호가 의식적으로 밀어치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 팬들이 보기엔 평범한 프리배팅에서 이처럼 주목할만한 정보가 나온다. 이대호가 본격적으로 배트를 돌리기 시작하면 더 많은 홈런성 타구가 쏟아진다는 현지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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