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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야구에서는 다른다. 농구, 축구, 배구와 달리 '거구'들이 즐비하다. 일본 오릭스로 이적한 이대호를 비롯해 김태균 류현진(이상 한화) 등이 대표적인 '거구'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냥 좀 하는 프로야구 선수가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스포츠조선이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전지훈련중인 한화 선수단의 체지방 측정 자료를 최근 입수해 살펴본 결과다.
이 자료는 지난 2009년시즌 종료 이후 정기적으로 체지방을 측정, 관리해 온 것으로 지난달 투산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에 측정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총 36명의 선수 가운데 김태균이 가장 높은 체지방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균은 29.3%의 체지방률을 보였으며 몸무게는 115.8㎏으로 측정됐다. 키 1m85의 김태균은 지난해 10월 말 한국 복귀 후 첫 측정에서 체지방률 29.1%와 몸무게 114㎏을 각각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덩치가 다소 커진 것이다. 하지만 복부의 체지방률은 44%에서 33%로 크게 감소했다.
타선의 에이스와 보조를 맞추려는 듯 마운드의 에이스 류현진은 이양기(26.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체지방률(25.8%) 수치를 나타냈다. 투수 중에서는 최고 기록이다.
류현진은 김태균보다 큰 키(1m88)지만 몸무게는 115.6㎏으로 약간 낮았다. 류현진의 체지방률 25.8%는 지난 2010년시즌 개막직전(26.5%)보다 낮았고, 2010년 개막직전(25.1%)보다는 약간 높다. 특히 류현진은 지난해 10월 최근 2년새 가장 높은 체지방률(32.6%)을 기록했다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크게 낮추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는 측정 당시 미국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대상에서 빠졌다.
이처럼 김태균과 류현진은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는 '몸짱'과는 거리가 멀지만 야구선수로는 최고의 선수로 꼽히며 살과 야구는 별개임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체지방률은 스포츠 선수에게 필수적인 항목이다. 야구 뿐만 아니라 축구, 농구 등 모든 구단들이 겨울휴식을 끝낸 뒤 훈련을 재개할 때 체지방 측정을 먼저 챙기는 것도 이때문이다.
적정 체지방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 성인남성의 경우 8∼16%는 정상, 17∼24% 경비만, 25%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운동 선수의 경우 마라토너(7% 이하), 축구선수(15% 이하), 농구선수(15% 이하) 등 뛰는 양에 따라 보통사람 평균 이하여야 한다. 근육량으로 승부하는 보디빌더는 3%를 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야구선수의 체지방 기준은 좀 다르다. 일선 트레이너들은 "야구는 다른 종목처럼 한 경기에 많은 양을 뛰며 에너지를 최대한 소진하는 게 아니라 한 시즌 6개월여 동안 많은 경기를 치르며 오래 버텨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축전된 체지방이 체력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화의 조대현 트레이닝 코치는 "근육량이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키는데 필요하다면 체지방은 1주일에 6차례씩, 평균 3시간 이상의 경기를 지속적으로 치르는데 쓰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는 다른 구기종목과 달리 정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가 배팅 스윙, 피칭, 주루 플레이 등의 동작을 위해 한 순간에 힘을 쓰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체지방이 좀 높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체지방률 30%를 넘는 과도한 몸무게일 경우 무릎과 발목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보디빌더처럼 근육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은퇴한 심정수가 현역 시절 '로보캅'처럼 근육으로 뭉쳐진 단단한 몸을 만들었다가 몸이 너무 뻣뻣해진 바람에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이승엽(삼성)도 지난 2003년 초 '심정수 따라하기'를 시도한다며 근육질 몸매를 만들기 위해 계란 흰자를 먹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몸통이 돌아가지 않는다. 나에겐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포기하기도 했다.
김태균과 류현진의 경우 체격에 비해 유연성이 뛰어난 장점을 무기로 최고의 타격과 피칭감을 자랑하는데 근육량이 너무 많았다면 오히려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조 코치의 설명이다.
그래서 보통 야구선수의 적정 체지방률은 23%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KIA 선동열 감독이 지난해 11월 말 마무리훈련을 마치면서 모든 선수들이 체지방률을 23% 이하로 맞추라고 지시한 뒤 지난달 초 훈련 개시식 첫 날 체지방률을 체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화 역시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적정 수준에서 다소 초과된 선수들의 체지방 관리를 독려할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 일본 캠프까지 마치면 선수들의 몸이 한결 적당하게 다듬어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한화 선수단 체지방률 조사에서 최고의 근육맨은 투수 정대훈과 내야수 오선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나란히 11.8%의 체지방률을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한화에서 또다른 '거구'로 통하는 최진행은 몸무게 105㎏에 체지방률 17.6%로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진행은 최근 2년 동안 17%대를 넘긴 적이 없을 정도로 몸관리를 잘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