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류현진 사례로 본 신구종 개발의 위험성

기사입력 2012-02-14 14:48


신구종 개발, 멀고도 험난한 일이다.

새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투수들과의 인터뷰에서 간혹 듣게되는 말이 있다. "올해는 새롭게 ○○○구종을 연마해서 타자들과 상대하겠습니다." 두 달여의 스프링캠프 기간을 통해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 타자와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택이다. 끊임없는 자기 개발과 연구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처럼 새 구종을 익히려는 투수들의 노력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기존에 자신이 던지던 구종 이외에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려는 시도가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 구종의 그립과 던지는 방법을 안다고 해서 그것을 금세 자신의 레퍼토리(경기에서 구사하는 구종들)에 끼워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정도 흉내는 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1군 경기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위력으로 익숙하게 던지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투구스타일과 맞지 않는 구종을 무리하게 익히려다가 다치거나 기존 레퍼토리의 위력이 크게 감소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투수들의 신구종 개발에 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한화 류현진의 '투심패스트볼 장착' 해프닝이나 2년전 잠깐 익힌 커터로 인해 밸런스가 크게 흔들렸던 KIA 양현종의 사례를 통해 신구종 개발의 어려움을 살펴봤다.

각자 스타일에 맞는 구종은 따로있다

투수의 손가락과 108개의 실밥의 마찰, 그리고 독특한 팔의 스윙으로 인해 야구공은 18.44m를 날아가는 동안 실로 다양한 회전과 변화를 일으킨다. 패스트볼만 해도 포심과 투심, 커터 등 여러 형태로 나눠지고, 변화구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형태(커브, 체인지업 계열 변화구)와 옆으로 휘는 형태(슬라이더 계열 변화구)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구종의 그립이나 팔스윙 방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일반 동호인들도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책자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그립과 던지는 법만으로는 해당 구종을 익히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공이 조금 휘거나 떨어진다고 해서 '완벽하게' 익혔다고 할 수는 없다. 적어도 프로투수라면 해당 구종을 던질 때의 투구폼과 밸런스, 그리고 제구력과 구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투수도 새 구종을 혼자 익히는 법이 없다. 소속팀의 감독과 코치로부터 끊임없이 조언과 지도를 받고, 스스로도 궁리를 거듭해야 한다. 그런 결과물들을 연습을 통해 반복적으로 오랜시간 몸에 새길 때 비로소 새로운 구종이 개발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바로 각자 지닌 투구스타일이나 폼에 따라 몸에 맞는 구종과 맞지 않는 구종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KIA 선동열 감독은 최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오버핸드 투수의 팔각도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팔꿈치가 어깨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지점)가 높기 때문에 커브나 포크볼 등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는 데 유리하다. 반대로 팔꿈치 위치가 낮은 유형의 투수들은 슬라이더같은 횡으로 움직이는 변화구를 던지면 더 위력적이다"는 설명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개인차는 있을 수 있다. 선 감독의 설명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투구이론이다. 그러나 '각자의 투구스타일에 맞는 구종이 따로 있다'는 점에는 주목해야 한다. 이 말은 곧 '자기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은 구종을 던지면 위력이 반감되거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고 어색한 것처럼 자기의 투구스타일과 상성이 안맞는 구종을 연습하면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런 '부자연스러움'이 심해질 경우 전체적인 투구밸런스의 붕괴와 나아가 부상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이같은 부작용을 겪은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KIA 양현종이다. 양현종은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잠깐 있는 동안 '커터'를 익혔다. 당시 투수코치였던 넥센 김시진 감독에게 부탁해 익힌 구종이었는데, 이후 시즌 때도 이 구종을 심심치 않게 썼다. 하지만, 커터는 결국 양현종에게 '독'이 됐다. 커터 습득에 매진하면서 전체적인 투구밸런스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고, 덩달아 이번 애리조나캠프에서 어깨통증까지 생기는 바람에 조기귀국했다. 신구종 장착이 부상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구밸런스는 커터 때문에 확실히 무너졌다.

성공률 90% 이상이 안되면 다시 생각하라

새로운 구종을 익힌다는 것은 단순히 레퍼토리 목록에 새 이름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야구를 처음 배우던 때로 돌아가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새 구종을 습득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의 특성에 따른 예외도 물론 있다. 2006년 류현진이 한화 입단 첫해 스프링캠프에서 구대성과 송진우로부터 서클체인지업을 배워 그해 정규시즌에서 곧바로 자신의 최강무기로 사용한 적이 있지만, 이는 아주 희귀한 케이스다. 절대 일반적으로 참고할 사례가 아니다.

신인왕 투수 출신인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이에 대해 "캠프에서 몇달 배운 뒤에 시즌에 사용하는 것은 류현진이 매우 독특하고 뛰어난 선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게다가 체인지업이라는 구종의 특성과 던지는 법이 류현진과 잘 맞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투수들도 이렇게 던지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 또 "투수가 하나의 구종을 익히려면 적어도 몇 년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미 갖고 있는 다른 구종들만큼 던지려면 새 구종 하나만 놓고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각해보라. 기존 구종의 경우 지금까지 몇 개나 던졌겠는가. 새 구종을 '제대로' 익히려면 그 만큼 공을 던진다는 생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이 주목한 것은 새구종을 제대로 익혔다고 확신할 수 있는 시점이다. 연습 때는 아무리 그럴듯한 변화의 궤적을 그린다고 해도 이것을 실전에 쓸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 이 위원은 "공의 변화 각도가 타자의 스윙궤도를 비교했을 때 얼마나 효율적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밋밋한 각도라면 프로타자들에게는 그냥 배팅볼일 뿐이다. 여기에 스피드와 제구력도 따져봐야 한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말로 '익혔다'고 할 수없다"면서 "불펜 연습 때 10개 중 7개가 제구됐다면 그건 습득에 실패한 것이다. 적어도 연습에서는 90% 이상 제구가 되야만 비로소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자기 구종이 된 것이다. 아무리 연습해도 제구 확률이 오르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한 제구력 외에도 참고할 것이 있다. 바로 투구밸런스와 폼이다. 새 구종을 던질 때 폼이 기존과 다르다면 상대타자에게 쉽게 파악된다. 어떤 공을 던질 지 미리부터 알려주는 셈이다. 그러면 아무리 제구가 된다고 해도 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새 구종 장착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기존의 주무기가 약화된다

또 하나의 문제점. 바로 새 구종을 던지게 되면 자칫 기존 구종의 위력이 감퇴될 수 있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야구 일반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빠르고 강력한 직구(포심패스트볼)를 주무기로 갖고 있는 선수가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을 던지게 되면 직구의 위력이나 스피드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이 전제로 깐 것처럼 이는 '일반적인' 이론이다. 개인에 따라 이에 해당하지 않는 선수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투구 메커니즘에 따라 상성이 서로 안맞는 구종을 던지면 한쪽의 위력이 떨어질 수 있다. 류현진도 2008년 체인지업의 구사비율이 늘어나면서 직구 구속이 다소 떨어지는 사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최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은 박찬호가 던지는 투심패스트볼을 익히려다가 반대의 의견에 부딪힌 적이 있다. 이 위원은 "투수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투심을 익히는 게 쉽지 않거니와 그러다 직구 위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투심패스트볼을 던지는 과정에서 기존의 포심의 위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류현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새 구종을 익히려고 한다면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는 주무기와의 궁합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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