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지목 LG, '원칙론자' 김기태 감독은 패닉상태

최종수정 2012-02-15 14:43


LG 김기태 감독은 원칙주의자다.

지난해 10월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그랬다. 첫 단체훈련이었던 진주 마무리캠프부터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원칙'을 빼놓지 않았다. 이런 그에게 경기 조작 사건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경기 조작 파문이 확대되던 14일, LG는 오키나와 나고구장에서 니혼햄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3대4로 패했지만 나쁘지 않은 경기 내용을 보였다. 이튿날 휴식일을 앞둬서인지 선수들 역시 몸이 가벼웠다. 하지만 연습경기가 끝난 뒤 한국에서 경기 조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말이 나왔고, 순식간에 선수단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그래도 선수 실명은 거론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코치들도 선수단과 미팅을 갖고 "혹여 브로커들이 접근해도 절대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대부분의 선수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고, 먼저 조심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만 해도 선수단 사이에 경기 조작 의혹을 사고 있는 선수의 이름은 돌지 않았다.

하지만 15일 아침, 한 매체에서 'LG 소속 선수'라는 보도가 나왔다. 전날 밤에 브로커 강씨가 언급한 A,B선수의 실명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다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LG 선발투수 두 명이 지목됐고, 이들의 실명이 검색어 순위에 등장했다. 김 감독은 즉시 보고를 받았고, 선수들의 이름까지 전해 들은 뒤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김 감독은 15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구체적으로 혐의가 밝혀진 것도 아니지만, 우리팀이 거론됐다는 사실 자체에 할 말을 잃었다.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평소 목소리에 힘이 넘쳤던 그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기자에게 "정말 경기 조작이 있는 게 사실이냐? 지금 한국 상황이 어떻게 돼가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김 감독은 "훈련일이 아닌 휴식일에 터진 게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수사가 들어간 것도 아니라 모든게 조심스럽다. 오후에 단장님과 이야기해보고, 향후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LG 백순길 단장은 경기 조작 의혹이 터지기 전부터 15일 오키나와 캠프를 찾을 예정을 잡고 있었다. 1주일 일정으로 훈련과 연습경기를 지켜보려 했다. 하지만 경기 조작 의혹으로 선수단 면담부터 먼저 하게 됐다. 백 단장은 이날 오후 실명이 거론된 A선수와 먼저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백 단장은 "아직 검찰 수사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우리 선수들의 이름이 나와 당혹스럽다"며 "지금 이 문제로 캠프 분위기가 쑥대밭이 됐다. 어쨌든 선수를 만나보고 의혹이 없도록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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