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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경기조작 의혹이 어떻게 결론나든 현장에서 뛰는 투수들은 적지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불법 베팅사이트에는 이처럼 경기 승패가 아닌 플레이를 세밀하게 쪼갠 '설계된 게임'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편으론, 이런 불법 게임과 현역 투수가 실제 브로커를 통해 연루됐는지 여부는 아직 입증된 바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특정 투수가 1회에 비상식적으로 볼넷이 많았다', '특정 투수의 시즌 몇번째 경기가 의심된다' 등 루머가 떠돌고 있다.
이런 상황이 투수들에겐 마음의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전훈캠프에 참가중인 또다른 구단의 투수는 "여기 와서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하면서 댓글도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런데 약간 우려도 된다. 경기 초반에 몸이 늦게 풀리는 선발투수의 경우엔 아예 처음부터 한가운데만 보고 던져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8개 구단의 이닝별 볼넷 개수를 모두 더해봤다. 8개 구단이 1회에 536개, 2회에 396개, 3회에 455개, 4회에 411개, 5회에 410개, 6회에 435개, 7회에 439개, 8회에 443개, 9회에 313개였다. 1회가 단연 가장 많았다.
혹시나 해서 2007년 기록도 찾아봤다. 2007년에 8개 구단의 1회 볼넷은 525개, 2회 353개, 3회 399개, 4회 368개, 5회 388개, 6회 417개, 7회 424개, 8회 386개, 9회 246개였다. 역시 1회가 가장 많았다.
이미 30년 전부터 TV 해설위원들은 "저 선발투수는 몸이 늦게 풀립니다. 지금 뜬금없이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온 것도 몸이 덜 풀려서 그런 거겠죠"라고 말해왔다. 이젠 그런 해설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도 있다.
공은 빠른데 제구력이 A급이 못되는 투수는 1회부터 볼넷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어쩌다 5선발 기회를 잡은 투수는 흔히 말하는 '손 말리는' 현상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투수들의 하소연이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지방 구단의 모 코치는 "거리낄 게 없는 투수라면 전혀 영향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사를 할거면 확실히 해서 매듭을 짓고, 아니라면 괜한 추측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