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고 선배 요리사의 박찬호 짝사랑

최종수정 2012-02-17 11:33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의 한국식단을 책임진 신석우(오른쪽), 고제윤 주방장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한화의 우승을 기원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제가 만든 음식먹고 우승하길 바랍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한화 스프링캠프에는 2명의 특별한 스태프가 있다.

신석우(70), 고제윤 주방장(45)이다. 이들은 미국 스프링캠프 동안 한화 전담 '대장금' 역할을 했다.

한국사람은 밥심이라고. 한화 구단이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선수들의 입맛까지 배려하기 위해 한국에서 데려간 요리사들이다.

이들은 한화그룹 산하 한화리조트에서 최고의 요리솜씨로 인정받은 수십년 전문가들이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각자 독립해서 생활하다가 한화 구단의 '콜'을 받아 미국으로 날아갔다. 두 명의 '대장금'가운데 신 주방장의 수제자인 고 주방장이 남다른 사연을 안고 있다.

경기도 오산에 살고 있는 고 주방장은 이번 겨울을 맞아 어린이 캠프장 운영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한화 구단에서 스프링캠프 요리사를 초빙하는데 함께 하겠느냐'는 스승의 제안을 받고 당장 합류했다. 추진하고 있던 사업도 잠깐 연기하는 등 만사 제쳐놓고 달려든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돌아온 스타 박찬호(39) 때문이었다. 고 주방장은 박찬호의 공주고 6년 선배다. 이런 인연때문에 박찬호가 미국으로 진출(1994년)하기 전부터 열성팬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화맨' 출신이었는데 박찬호와 한화가 합쳐진 마당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고 주방장은 1개월 여동안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신 주방장과 함께 선수단의 한국음식 갈증을 풀어줬다. 선수들이 집에서 해주는 '엄마손'의 맛을 느끼며 힘을 내는 모습을 보는 보람으로 지냈다.

하지만 그는 박찬호에게 공주고 선배라는 사실을 1개월 동안 숨겼다. 보통 사람같으면 이국땅에서 자랑스러운 후배와 한 식구처럼 지내게 됐으면 사인받고, 기념촬영도 시도했을 법한데 '짝사랑'만 하고 있었다.

괜히 선배라는 사실을 알려서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단다. 고 주방장은 "나는 단지 조용히 뒤에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줄 뿐이고, 박찬호가 내손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열심히 훈련하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고 주방장의 '짝사랑'은 결국 들통나고 말았다. 15일(한국시각) 저녁 박찬호가 주변 동료들의 입소문을 듣고 고 주방장을 찾아온 것이다.

"저의 동문 선배님이시라면서요? 진작에 몰라 뵈서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 박찬호는 '방졸' 안승민까지 데려와 "이 친구도 우리 공주고 새까만 후배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고 주방장은 속으로 뭉클하면서도 깜짝 놀랐단다. 국민적인 대스타가 한걸음에 달려와 고개를 조아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후배' 박찬호를 부르게 된 고 주방장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갖게 됐다"면서 "박찬호 뿐만 아니라 한화 선수들이 내가 만든 음식 먹고 힘을 내서 올시즌 우승하길 바랄 뿐"이라고 활짝 웃었다.

더불어 고 주방장은 박찬호의 숨은 '시골 입맛'을 소개했다. 박찬호는 해외생활을 오래했던 것과는 달리 토속음식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수육 보쌈을 해주면 새우젖을 반드시 찾았고, 상추에 제육볶음을 싸먹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고. "아내가 요리 전문가여서 그런지 요리에 대한 식견과 관심이 남달랐다"는 게 고 주방장의 증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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