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울분을 삼키듯 말없이 뛰었다

기사입력 2012-02-19 10:45


프로야구 LG 선수들이 18일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박현준이 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2.18/

LG 박현준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로배구 경기 조작에 대한 수사 중 프로야구 경기 조작에 연루된 선수 중 1명으로 박현준이 지목됐다. 하지만 박현준이 조작에 가담했는지, 돈을 받았는지, 제안만 받고 뿌리쳤는지, 제안도 받은 적이 없는지는 검찰이 정확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박현준을 벌써부터 '경기 조작에 가담한 선수'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박현준은 이미 대중들에게 '경기를 조작한 선수'로 낙인찍혀버린 상황이다.

웃음기 사라진 얼굴, 하지만 훈련은 훈련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있는 LG 관계자에게 "박현준이 많이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이미 구단 홍보팀을 통해 "앞으로 어떤 인터뷰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만큼 굳게 입을 닫았다는 얘기도 더불어 전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훈련은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18일 오전 LG의 훈련이 있었던 이시카와 구장을 찾아 박현준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평소 쾌활했던 이미지의 박현준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전체적으로 표정이 어두웠다.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특히 취재진에 경계심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러닝 훈련 후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짧게 답 인사를 건넸고 "힘내시라"라는 말을 건네자 짧게 "네"라고 대답하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훈련 만큼은 온 힘을 다해 소화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단 전체 워밍업을 마친 박현준은 투수조 훈련이 이어진 보조구장으로 이동했다. 박현준은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김광삼, 우규민과 함께 120m 전력 달리기를 반복했다. 20번이나 반복되는 달리기에 지칠법도 했지만 17초 초반대에서 기록은 떨어지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마치 지금의 답답한 상황을 모두 털어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 같았다.

LG 김기태 감독은 박현준의 훈련 경과에 대해 "체력 테스트에서 탈락해 캠프 초반부터 훈련을 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무리할 필요가 없다. 시범경기 일정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리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야구 LG 선수들이 18일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박현준이 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2.18/
동료들 앞에서는 본래의 모습도

이런 박현준도 때때로 웃음을 보였다.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였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동료들과 함께일 때는 한결 편안한 듯한 모습이었다. 단체 워밍업 시간에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며 웃음을 보였다. 100m 달리기에서 16초대의 최고기록이 나오자 이를 체크하던 김용일 코치가 큰 소리로 "박현준 최고다"를 외치며 칭찬했다. 칭찬을 들은 박현준은 가뿐 숨을 몰아내쉬면서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또 오전 훈련 후 이시카와 구장 인근의 차탄 구장에서 열린 주니치와의 연습경기에서도 동료들을 열심히 응원했다. 아직 공을 던질 단계의 몸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덕아웃에서 경기 장면을 지켜봤지만 동료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관찰했다. 특히 평소 절친한 유원상이 등판해 호투를 하고 들어오자 밝은 모습으로 유원상을 맞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동료들도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박현준을 위해 힘썼다. LG의 한 관계자는 "투수조장 김광삼을 비롯해 이동현, 유원상 등 투수들이 박현준을 많이 챙기고 있다. 평소같이 농담도 하고 격려도 해줘 박현준이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훈련 중에는 김광삼이 박현준의 옆을 계속해서 지키며 이것저것 챙겨주는 모습이었다. 김기태 감독도 "박현준을 믿는다"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취재진에 굳게 입을 다물겠다던 박현준도 야구 이야기에는 크게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 안면이 있던 본지 사진팀의 전준엽 기자가 박현준에게 주니치전이 열리고 있는 도중 덕아웃 뒤를 서성이던 박현준에게 "6회 득점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라는 질문을 하자 박현준은 "이진영 선배님이 안타를 쳤다"고 답했다. 물론 평소 장난기 많던 그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박현준도 세상을 향해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지는 않은 듯 보였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18일 일본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LG와 주니치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박현준이 유원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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