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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변화가 필요했다. 지난해 10월 정규시즌 종료후 최대의 '개각'을 단행한 이유는 오로지 변화를 위해서였다. 새로운 에너지와 분위기를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한 법. 그 중심 인물이 김진욱 감독이다. 80년대 사이드암스로 투수로 명성을 날렸던 김 감독에게 명가 부활의 중책을 맡겼다. 사령탑 취임 5개월째, 김 감독은 전지훈련지에서 그 해답을 찾는중이다. 두산은 지난 22일 일본 가고시마에서 2차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높이는 전훈 막바지, 김 감독은 점차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통섭의 야구, 자율과 책임의 야구가 그것이다. 가고시마현 아이라구장에서 '인간 김진욱'의 인생과 야구 이야기를 들었다.
"슈퍼마켓에 들르면 한번에 10박스를 사다 놓고 냉장고에 넣어 둡니다. 캔커피가 가득한 냉장고를 보면 마음이 뿌듯해지죠. 조금이라도 비어있으면 왠지 허전하답니다."
코치 초년병 시절, 하루는 슈퍼마켓 주인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냐. 고속도로에서 캔커피를 파는 사람이냐"고 묻더란다.
김 감독에게 커피와 야구의 공통점을 물었다. 역시 행복감과 포만감이었다. 김 감독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냉커피 한모금 마실 때의 느낌은 행복감, 포만감 자체입니다. 야구도 마찬가지입지다다. 작은 플레이가 잘 됐을 때,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냈을 때 행복감은 커피의 그것과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건강은 괜찮을까. 지금까지 커피 때문에 건강 이상이 생긴 적은 없다고 했다. 지난 1윌 검진 때도 특별한 이상은 나오지 않았다.
젊은 시절 커피와 함께 그를 지탱해 준 힘은 록음악이었다. 70년대 춘천중 시절 하드록의 양대산맥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을 파고 들었다. 강력하면서도 매끄러운 사운드, 호소력 짙은 보컬에 매료됐다. 80년대 슬럼프가 이어지던 어느 날 커팅 크루의 'I just died in your arms'를 하루종일 들으며 심신을 달래기도 했단다. 그에게 야구가 주는 매력은 록음악이 선사하는 청량감과 다르지 않다.
팀워크는 실력에서 나온다
주장 임재철에게 김진욱 감독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고 했다. 임재철은 똑 부러지게 "인자함"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소통과 자율의 신봉자다. 2군 투수코치 시절 그의 지도를 받은 투수들은 "강요하지 않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지도자"라며 그를 따랐다. 김 감독은 "선수는 여러가지 장단점을 가지고 있게 마련입니다. 나는 단점은 보지 않습니다.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시키느냐가 중요하죠. 그것을 선수들이 스스로 깨닫게 되면 효과는 배가되는 법입니다"라고 말했다.
두산은 현재 전훈 캠프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 몇몇 주전 선수들이 부상과 재활 때문에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만하고 느슨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못했다고 질책하고 화를 내서 잘된다면 누가 그러지 않겠습니까. 선수들 스스로도 잘 압니다. 자율과 깨달음, 이것이야 말로 야구다움을 만들어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야구 키워드는 팀워크다. 팀워크는 믿음과 실력이다. 김 감독은 "믿음을 바탕으로 선수들 각자가 100% 자신의 역할을 해냈을 때 팀워크가 생기는 것입니다. 한 명이라도 펑크가 난다면 팀워크는 깨지게 마련이죠. 실력이 미달되면 동료로부터 소외되고 팀워크는 없어집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목표는 삼성이다. 두산은 지난해 삼성에게 5승13패1무로 압도당했다. 삼성의 강점이 바로 팀워크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삼성과의 격차를 줄이려면 팀워크가 가장 중요합니다. 팀워크를 잡아주는 게 내 역할이죠. 선수들이 힘들면 내가 나서서 변화를 이끌어야 하고, 박수 쳐주고 등 두드려주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가고시마(일본)=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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