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론 신경이 날카로워져 동료들간 말수는 줄어들고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진다.
이럴 땐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까.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있는 한화 선수단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것도 전문 개그콘서트팀이 있다. 투수조다. 맏형 박찬호가 올해 초 시무식 때 개그콘서트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일까. 투수조 분위기는 '기인열전'에 가깝다.
'윗물'부터가 그렇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1일 훈련 도중 부상 재활을 마치고 뒤늦게 합류한 장성호를 만난 자리에서 주변을 웃겼다.
정 코치는 한대화 감독에게 신고식을 끝낸 장성호가 경기장으로 들어가려하자 독특한 신체검사를 했다.
"재활하면서 몸 관리 잘했는지 보자"며 야릇한(?) 미소를 짓더니 장성호의 엉덩이를 지그시 만지작거렸다. 그러더니 "와우, 엉덩이 탱탱하게 올라온 것 좀 봐. 몸 잘 만들어놨네"라고 심사평을 내렸다.
개그콘서트 제안자 박찬호도 익살꾼 대열에서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캠프서도 각종 이벤트로 후배들과 가까워지려고 했던 박찬호는 일본에서도 여전했다.
아무래도 카메라의 주목을 많이 받아서일까. 몸개그로 이른바 '그림'을 만들어주길 잘했다. 열심히 몸을 풀다가도 취재진 카메라가 등장하면 짐짓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후배들에게 잡아달라고 해놓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느라 버둥거리는 모습을 본 후배들은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취재진의 카메라를 빼앗아 사진기자 흉내를 내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그의 개그본능은 취재진을 향하기도 한다. 1일 훈련을 마친 뒤 기자들을 향해 "왜 저한테 사인 안받으시는 겁니까?"라고 묻고는 "나, 박찬호예요!"라고 외쳤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에 이어 한화 투수조의 새로운 유행어가 될 전망이다.
나머지 후배 투수들이 훈련을 마친 뒤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 모양새도 익살스럽기 짝이 없다.
고졸 막내 최우석과 임기영은 개구쟁이 그 자체다. 19세 동갑인 이들은 틈만 나면 티격태격 치고 받고, 쫓고 쫓기는 실랑이를 벌이며 땀을 뻘뻘 흘린다. 어린아이처럼 숨바꼭질을 하다가 지겹다싶으면 '참참참 게임'을 한다. '참참참 게임'이 한참 무르익어 '딱밤 때리기' 벌칙으로 분위기가 고조될 때면 옆에서 헤드폰을 꽂고 노래를 고래고래 부르던 8년 선배 정대훈이 가세하면서 '판'이 커진다.
그 사이 옆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 폼을 잡고 앉아있던 안승민은 일본 여성 야구팬의 사진촬영 요청에 능청스럽게 응해준다. 그 여성팬이 아는 유일한 한국말 표현이 "예뻐서 미안합니다"라고 하자 안승민은 통역관을 통해 "한국의 이케맨(꽃미남이란 뜻의 일본어)"으로 둔갑해 주변을 또 웃긴다.
한참 동안을 이렇게 웃고 즐긴 뒤 피로가 싹 가신 듯 이동버스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던 구단 프런트는 "잘들 논다"고 혀를 내둘렀다.
오키나와(일본)=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