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단의 어설픈 대응이 팬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주진 않았는지 되짚어봐야 할 때다.
LG는 프로야구 경기조작 의혹이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순간 판단이 엇박자였다.
지난달 13일 프로배구 경기조작 브로커가 "야구에도 있다"고 말한 게 도화선이었다. 이튿날인 2월14일부터 온갖 루머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LG 백순길 단장이 가장 먼저 내린 조치는 공식입장 발표였다.
지난해 프로축구가 같은 문제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프로배구도 수사가 진행중이었다. 이들 종목에서도 선수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난 안 했다"였지만 결국엔 가담 사실이 드러나곤 했다. 타종목을 통해 이런 장면을 수없이 목격했으면서도 백순길 단장은 이틀만에 "우린 없다"고 공표했다. 어떻게든 의혹에서 빨리 벗어나고픈 조급함이 설익은 판단을 낳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같은 행보는 LG 팬들, 나아가 야구팬들에게 헛된 희망만 불어넣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수많은 LG 팬들이 가을의 잠실벌에서 '유광 점퍼'를 입고 응원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지난 9년간 속앓이를 했다. 그들은 에이스 박현준이 의혹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당황했고 어떻게든 아니기를 빌었을 것이다.
그후 한동안 검찰쪽에서 '팩트'가 흘러나오지 않으면서 경기조작 관련 뉴스도 수위가 낮아졌다. LG 팬들은 구단 공식 발표를 기억하며 더욱 희망을 갖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팬들은 실망감에 큰 상처를 입었고, 박현준의 귀국때 공항에서 보인 엷은 웃음이 결국 거짓이었다는 것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LG가 상황 파악을 한 뒤에도 어떻게든 조용히 넘어가기 위해 박현준을 계속 오키나와 캠프에 머물게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태가 명확해진 지금이야말로 LG 구단이 제대로 입장표명을 해야 할 때인데 오히려 백 단장은 잠잠하다.
극소수 과격한 네티즌들은 "LG, 이참에 해체하라"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백순길 단장이 "상황이 매우 나빠지면 심각한 상황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한 말이 한 매체에 의해 보도됐던 게 구단 해체 가능성으로 왜곡됐고, 그걸 몇몇 네티즌들이 조롱거리로 되돌려 써먹고 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그런 마음이 아닐 것이다. LG 팬들은 구단이 이참에 확실히 일처리를 하고 선수단이 응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타구단 팬들은 LG가 '가을잔치에서 상대해 거꾸러뜨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팀'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LG가 링에 오르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건 야구팬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