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의 머릿속에 박현준과 김성현은 없었다.
"선수들이 5명 빠졌다"면서 처음 둘을 언급했다. 지난해 이적한 FA 3명(조인성 송신영 이택근)에 이어 박현준과 김성현을 포함한 말이었다. 그는 "거기에 대처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감독으로서 팀을 꾸려나가는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선수들이 나간다고 우리 팀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남아있는 선수들도 충분히 그 정도 해줄 수 있다. 대비는 해놓은 상태"라고 잘라 말했다.
박현준과 김성현의 공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목소리는 높아졌다. 김 감독은 "박현준은 임찬규, 김성현은 임정우나 이대진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일자리 창출'은 되지 않을까 싶다"는 농담까지 꺼냈다. 둘이 빠지면서 오히려 다른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특정 선수의 감독이 아니라, 한 팀의 감독이라는 말까지 했다.
김 감독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사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남들이 부럽다고 할 만큼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래도 쉽게 살지 않았다"며 "프로에 온 뒤 모기업이 부도나서 월급도 못 받아봤고, 그런 팀 분위기도 경험해봤다. 지난 20년간 야구 외적인 사회 문제도 겪을대로 겪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겪은 경험은 어땠을까. "신은 자기가 느낄 수 있는 아픔만 준다고 하던데, 이게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면 받아들여야죠." 해탈의 경지는 아니었다. 김 감독은 "불쌍하게 보여지는 게 더 힘들다. 난 괜찮다"며 "앞으로 시즌에서 벌어질 일이 더 많다. 내가 잘못해서 지는 경기도 있지 않겠나. 오늘의 일은 지나가면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겨내는 일은 역시 힘들었나보다. 그는 "밖에 나가면 선수들도 보고 하니 웃을 수 밖에 없다. 주로 방에 혼자 있었다. 혼자 있으면 좀 낫더라"며 웃었다. 곧이어 "나도 사람인지라 허점이 많다. 하지만 감독이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선수들을 웃게끔 만들어줬고, 선수들도 각자 할 일에 충실했다. 그래서 나도 힘을 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날 마무리투수를 리즈로 못박았다. 지난해 11승을 올린 외국인 선발투수를 뒤로 돌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뒷문이 약하다는 이미지를 벗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그는 "사실 캠프 전만 해도 우규민이 오히려 앞서있었지, 박현준과 리즈를 마무리로 돌릴까는 생각만 한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조작) 사건도 있었고, 생각의 폭이 넓어지면서 결정이 늦어졌다"며 "팀을 위해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 본인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감독으로서 굉장히 고맙다. 159㎞의 강속구면 우리 팀은 물론, 한국 프로야구 마무리로 괜찮은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더이상 우리가 불쌍한 팀으로 보이면 안된다. 또 그런 팀이 되어서도 안된다"며 "모두가 두려워할 수 있는 그런 팀을 만들고 싶다. 어려운 시기에 선수들이 나 자신이 아닌, 팀을 위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겨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