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4할 타격왕 김정혁, 굳은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사입력 2012-03-15 13:56


김정혁의 굳은살 투성이 손. 사진출처=김정현의 인터넷 미니 홈페이지

◇삼성 내야수 김정혁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외아들 김정혁(27·삼성)은 고집을 부렸다. 포항초 4학년으로 올라갈 무렵 3일 동안 단식투쟁을 했다. 부모는 아들이 하고 싶다는 운동을 못하게 말렸다. 김정혁은 처음에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그 다음에 야구 선수로 바뀌었다. 부모는 며칠을 고민하다 김정혁에게 야구 글러브와 방망이를 사주었다.

그렇게 야구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김정혁은 현재 삼성 2군 선수가 돼 있다. 손바닥이 성할 날이 없다. 연습벌레로 통하는 그는 손에서 방망이를 잘 놓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포항제철공고 시절 타격감이 떨어지는 것 같으며 가장 친했던 동료 강민호(롯데)와 새벽 1시까지 방망이로 고무 타이어를 때리곤 했다. 그 버릇이 여전해 지금도 김정혁의 손바닥은 굳은살 투성이다. 부모는 김정혁이 자신의 인터넷 미니홈페이지에 2010년 겨울 올린 손바닥 사진을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어릴 때 운동 선수가 되겠다는 걸 더 말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걸 후회한다. 그런데 김정혁만 그런 건 아니다. 다수의 야구선수가 타격 때 반창고와 테이핑을 하기 때문에 굳은살이 생기고 부르트기 십상이다. 김정혁은 그런 선수들 중에서도 유독 심하다. 김정혁의 손을 본 다수의 주변 사람들은 몇 해 전 공개됐던 축구 스타 박지성의 발 사진을 떠올렸다. 평발의 박지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에 피멍이 들고 뒤틀렸다. 아직 김정혁은 프로 1군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김정혁을 알아보는 팬도 거의 없다.

그는 2010년말 신고선수로 간신히 삼성에 입단했다. 동국대 4번 타자 신세가 말이 아니었다. 2004년 드래프트에 이어 두 번째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미 친구 강민호는 2004년 롯데에 입단해 안방마님으로 성장했다. 김정혁은 강민호가 부러웠다. 빨리 친구와 비슷한 위치까지 올라가야 했다. 강민호가 고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로 갔을 때 김정혁은 동국대로 갔다. 동국대 졸업후 또 프로행이 좌절된 후 야구를 그만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다 상무로 가 야구를 하면서 군복무까지 마쳤다.

김정혁은 지난해 퓨처스(2군)리그에서 유일하게 4할 타율(244타수 102안타, 4할1푼8리)로 남부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5일 LG전에서 1군 데뷔 무대를 가졌다. LG 용병 투수 리즈와 맞붙어 삼구 삼진을 당했다. 허무했다. 이후 두 경기에 잠깐씩 나왔다가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김정혁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지난해 같이 2군에서 주로 뛰었던 모상기가 잠깐 1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김정혁은 다음달 4일 개막하는 이번 정규시즌에도 2군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올초 괌으로 1군이 전지훈련을 떠났을 때 1군 타자 명단(23명)에 들지 못했다. 김정혁은 3루 수비를 본다. 그 자리에는 타격이 좋은 박석민과 수비가 좋은 조동찬이 버티고 있다. 올해도 김정혁은 결코 쉽지 않은 경쟁을 해야 하다. 지난해 처럼 2군에서 주로 뛸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제 독기를 품는 단계는 지났다. 야구를 즐기려고 한다"면서 "항상 성공할 자신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발도 빠르지 않고, 그렇다고 펀치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모든 게 고만고만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온 것 처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혁 처럼 2군에서 1군 감독의 낙점을 기다리는 선수는 무척 많다. 김정혁 같은 경우 연봉이 5000만원이 안 된다. 신고선수의 경우 프로입단할 때 계약금도 없다. 1군 주전들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이 훌쩍 넘는다. 1군 주전들은 정규시즌이면 매일 TV 화면에 얼굴이 나온다. 2군 선수들은 미디어에 나올 기회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당연히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무명이다. 감독의 1군 콜 사인이 언제 날 지도 모른다. 마냥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김정혁은 동계 훈련을 통해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를 많이 보강했다. 1군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 기본기부터 다시 새로 배우다시피했다. 그는 반드시 이번 시즌이 아니더라도 강민호와 대결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정혁은 "민호가 팀도 다르고 무대도 달라 자주 보지는 못한다. 가끔 전화통화를 하면 민호가 빨리 1군으로 올라오라고 한다. 그래 민호야,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어서 갈게라는 말을 해준다"고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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