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기 투수6명 모두왼손, LG 초유의 파격실험 왜?

최종수정 2012-03-21 07:32

한경기 6명의 투수가 모두 왼손으로만 구성됐다. LG가 20일 두산과의 잠실 시범경기에서 이같은 실험에 성공했다. 의도한 바가 있는 테스트였다.  그래픽=김변호 기자 bhkim@sportschosun.com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이 왼손이었다. LG가 사상 초유의 '한경기 투수 6명 전원 왼손 투입'을 실전에서 테스트했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시범경기 첫 맞대결. 10회 연장 끝에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흥미로운 과정이 눈에 띄었다. LG가 이날 6명의 투수를 올렸는데, 모두 왼손이었다.

한경기 투수 6명 모두 왼손

이날 LG는 선발 주키치(5이닝 무실점)-신재웅(1이닝 1실점 비자책)-류택현(1이닝 무실점)-봉중근(1이닝 무실점)-이상렬(1이닝 무실점)-최성훈(1이닝 무실점) 순으로 투수진을 운용했다. 모두 왼손투수다.

한경기에 투수 6명이 나왔는데 모두 왼손투수였던 케이스를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부지런한 야구팬이 역대 경기를 전수조사해 찾아낸다면 혹시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희귀한, 아니 거의 없었다고 해도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과거 사례처럼, 왼손 선발 류현진이 나와서 8이닝을 던지고 그후 왼손 마무리 구대성이 1이닝을 막는 방식 말이다. 이 경기 역시 왼손투수로만 막은 경기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20일 두산전에서의 LG는 이처럼 평범한 케이스로 설명할 수 있는 투수 운용 패턴이 아니었다.

만약 투수 6명을 썼는데 모두 오른손투수였다면 그건 차라리 그러려니 할만한 일이다. 팀마다 왼손투수는 귀한 자원이다. 정규시즌을 예로 들면, 대개 11~12명의 투수진을 꾸려가는데 그중 왼손 전력은 몇명 안 된다. 그러니 정규시즌에선 6명을 쓰는 건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또한 시범경기라 하더라도 6명의 왼손투수가 한경기를 몽땅 책임지는 건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좌우 공식' 탈피가 목표


이날 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남들이 안 하는 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 코치는 "투수와 관련해서 김기태 감독님이 많이 신뢰해주신다. 두산전을 앞두고 감독님께 건의를 했는데 '원하는대로 한번 해보자'는 답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차 코치는 "왼손투수로 시작해서 왼손투수로 끝난 경기는 많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투수 6명이 모두 왼손인 경우는 기억에 없다. 한번도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첫번째 이유다. 차명석 코치는 "우리 왼손이 오른손타자들을 상대로 충분히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즌때 왼손투수는 왼손타자 위주로 던지는 경우가 많은데, 왼손투수도 오른손타자 상대로 경쟁력을 키우자는 의미다. 우리 선수들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수학의 정석'처럼 각인돼있는 '좌우 공식'에서 벗어나보자는 선언인 셈이다.

두번째 이유. 차명석 코치는 과거 TV 해설위원으로 일하면서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어록을 많이 남겼다. 차 코치는 "해설위원때 남들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게 싫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이 실전에서 첫 실험이었다. 그런데 우린 이미 전훈캠프부터 다른 팀과 다른 훈련 방법으로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하루아침에 즉흥적으로 결정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차명석 코치는 "두산 오른손타자인 김동주와 최준석을 상대로 우리 왼손투수들이 적응하기를 원했다"고 강조했다. 성공작이었다. 김동주는 이날 3타수 무안타 1삼진, 최준석은 4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앞서 언급했듯, 정규시즌 동안에는 투수 엔트리에 왼손을 6명 넣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LG 역시 정규시즌 들어가서 이와 같은 극단적인 운용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신 '좌우 공식'에서 벗어난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모든 팀들은 상대 마운드의 왼손 전력을 계산하면서 경기 중후반 이후 대타 작전을 쓴다. LG 왼손투수들이 오른손타자, 왼손타자를 가리지 않게 된다면, 상대팀으로선 계산이 어긋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질 것이다.

차명석 코치는 이날 경기에서 오히려 다른 부분을 걱정했다. LG가 볼넷 5개를 내줬다. 차 코치는 "오키나와 캠프부터 지금까지 한경기에 볼넷은 모두 3개 이내였다. 5개 내준 건 처음이다. 그건 조금 걱정되지만, 다들 잘 던졌다"고 논평했다.

LG는 '막강 좌타라인'으로 상징되던 팀이다. 기대대로 된다면, 올해는 '변칙 좌투라인'이란 수식어도 붙을 수 있을 듯하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