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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도 어정쩡했고, 변화구도 무뎠다. 이름 석자만 제외하면 전혀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투수의 공이었다.
빠르지도 않은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출발은 좋았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김주찬을 상대로 146km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이날 박찬호가 기록한 최고구속이었다.
위기상황서 4번 홍성흔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스스로 무너졌다. 강민호를 상대로 2볼 상황에 던진 공이 손에서 빠지며 폭투가 됐고 허무하게 선취점을 헌납했다. 힘이 빠진 듯 느린 커브가 가운데로 몰렸고 강민호가 이를 잡아당겨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깨끗하게 가르는 안타를 때렸다. 3루주자 전준우 홈인. 이어 등장한 박종윤을 실책으로 출루시키며 또다시 위기를 맞는 듯 했지만 손용석 타석 때 3루주자 강민호가 주루 실수로 아웃돼 다행히 위기를 넘겼다.
1회 불안했던 박찬호는 2, 3회 힘을 냈다. 7타자를 상대로 볼넷 1개만을 내주며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삼진 2개도 솎아냈다. 신인 신본기에게 각도 큰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홍성흔은 풀카운트에서 몸쪽 꽉찬 직구를 그대로 바라봤다.
선발투수의 최대 적, 투구수가 너무 많다
당초 예정됐던 투구수는 70개였다. 박찬호가 3이닝 투구를 마쳤을 때 딱 70개의 공을 던졌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4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것이 악몽이 될 줄은 몰랐다. 원아웃 상황서 박종윤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직구가 낮게 갔는데 하필이면 타자가 낮은 공 공략의 대명사인 박종윤이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손용석의 타석 때 황재균을 대타로 냈다. 볼카운트 2-1. 박찬호가 던진 123km짜리 커브가 한가운데로 몰렸다. 황재균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를 돌렸고 공은 시원한 포물선을 그리며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그걸로 강판이었다.
박찬호는 이날 총 80개의 공을 던졌다. SK와의 연습경기에서도 2⅔이닝을 소화하며 62개의 공을 던졌다. 2경기 연속 투구수 관리에 실패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를 통해 보면 박찬호로서는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최고구속은 146km를 기록했지만 전체적으로 직구구속이 140km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볼 스피드가 떨어졌다. 변화구의 구속과 각도도 전성기 시절과는 달랐다.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롯데 타자들은 끈질기게 박찬호의 공을 커트해내며 자신이 머리속에 그리고 있는 공을 기다렸다. 16타자를 상대해 풀카운트 승부를 4번이나 펼쳤다.
물론 아직은 모든 것을 조율하는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섣불리 부진의 이유를 설명하기는 힘들다. 몸상태와 구위를 점검하는 차원의 투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날씨도 SK와의 연습경기 때보다는 훨씬 따뜻했지만 찬바람이 불었다. 롯데 타선의 타격감이 좋았던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건 롯데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124승의 '대투수' 박찬호 앞에서 전혀 주늑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