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1 인터뷰]김병현"내가 가고 싶었던 팀은 KIA가 아니라 해태"

기사입력 2012-03-22 14:07


넥센 히어로즈 투수 김병현(33)을 만나보면 몇가지 편견이 깨진다. 수줍음 많고, 고집불통이며, 자기 세계에 갇혀 세상과 소통을 거부하고, 때론 거칠다는 그런 선입견 말이다. 야구에 대한 엄청난 열정, 고민, 외골수 성격이 '완벽주의자 김병현'을 만들었고, 또다른 이미지인 '은둔자 김병현'을 만들었다.

21일 목동구장 1층 홈팀 귀빈실에서 마주앉은 김병현은 솔직담백했다. 2003년 2월 롯데 자이언츠의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에서 잠시 만난 후 9년 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당시 애리조나 소속이던 김병현은 백인천 감독에게 부탁해 롯데 선수들과 함께 1주일 정도 훈련했다.

영화 DVD 500개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한다. 그가 꼽은 최고의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와 '인생은 아름다워', '아이 엠 셈'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덜 똑똑하지만 유쾌하게 살아간 이들이다.

"'포레스트 검프를 6~7번 본 거 같아요. 또 봐도 전에 못봤던 부분이 나타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검프가 어렸을 때부터 안 좋은 환경에서 자라 수많은 일을 겪잖아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유쾌하고, 자기 일에 집중하고, 남부끄럽지 않게 살잖아요. 그런 면이 좋더라고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보스턴 레드삭스, 콜로라도 로키스, 플로리다 말린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라쿠텐 골든이글스. 1999년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난 김병현이 그동안 거쳐온 팀이다.

그동안 스킨십이 참으로 어려웠던 선수였던 김병현. 그가 동료들의 사람 냄새 나는 질문에 모처럼 마음 턱 놓고 하하 웃어가며 장시간 인터뷰에 응했다. 그동안 생각했던 김병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이 많이 보였다.

-형, 한국 복귀를 결심하게 된 진짜 이유가 뭐죠.(한화 류현진·25)

야구를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고 싶었어. 지난해 일본에 혼자 있으면서 문득문득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 미국에서도 항상 그랬지. 한 번은 호텔에 다른 종목 캐나다, 미국 국가대표팀이 합숙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어. 아침에 그 친구들이 집합하는 걸 보고 옛날 기억이 나고 한국이 그립더라고. 사실 난 메이저리거가 꿈이 아니었다. 어릴 때는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싶었지. (박)찬호형이 다저스에서 잘 하고 있을 때, 나도 메이저리그에 가면 해볼만 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고향팀 KIA에 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하는데, 해태랑 KIA는 느낌이 많이 다른 거 같아. 지금 KIA는 해태 시절 검정, 빨간색 그 유니폼이 아니잖아.


-이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데, 어떤 아빠이고 어떤 남편이냐. 설거지나 빨래는 해봤냐.(SK 조인성·37)

집에서는 주로 애랑 놀아요. 집에서는 되도록이면 운동생각 안 하려고요. 미국에서는 한동안 자기 전까지 야구 생각하다가 지쳐서 잠이 들곤 했어요. 일종의 정신병이었나봐요. 그렇게 했는데도 정답을 못찾고 헤매니까, 생각이 많아지니까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러다 죽겠구나 싶더라고요. 3년 동안 쉬면서 다 잊어버리자, 머릿속에 있는 걸 모두 지우고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 와이프 만났어요. 야구를 잠깐 버리고 하루 두 번씩 (2009~2010년) 8~9개월 매일 산에 가 걷고 뛰었어요. 그때는 차에서 쉰내가 났어요. 땀을 너무 흘리니까 몸에 노숙자 냄새가 나더니 차에 밴 거죠. 오전에 아차산에서 용마산을 거쳐 망우리쪽 버스정류장을 찍고 돌아왔지요. 처음엔 2시간30분쯤 걸리다가, 익숙해 지니까 2시간에 주파했죠. 사람들이 못 알아봤냐구요? 산에서는 다들 자기 갈 길을 가기 때문에 잘 안 쳐다봐요. 집에서는 아내가 무거운 물건같은 걸 들어달라고 하면 열심히 들어줘요. 쌀이나 물통같은 거요. 근데 설거지는 안 시키더라고요.(웃음) 아이랑 돌아주는 걸 좋아하는데, 한 시간쯤 지나면 힘들어지더라고요. 엄마들에게 상을 줘야할 것 같아요.

-팬들의 기대도 크고, 개인적으로도 네가 잘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적응에 어려움은 없는거냐.(선동열 KIA 감독·49)

야구가 잘 되고 생각대로 잘 풀리면 적응을 잘 한 게 되겠죠. 우선 타자들 파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처음 한국 올 때 구단 관계자들이 미국보다 시설이 열악하다고 걱정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운동 외에 다른 것에 신경을 안 쓰는 편이거든요. 근데 후배들이 자꾸 인사를 하고 그 때마다 받아줘야하고, 그런 부분은 아직 조금 낯설어요.(웃음) 미국에 있을 때는 누가 이야기를 하면 그냥 지나치고 그랬는데, 지금은 다 들리니 말을 조심해야겠더라고요.(선동열 감독은 김병현의 광주일고 선배다. 선 감독의 동기인 허세환 인하대 감독이 김병현의 광주일고 스승이다)

-예전엔 언론을 기피하는 모습이었는데, 요즘 갑자기 언론 노출이 많아진 것 같다. 어떻게 된거냐.(SK 이호준· 36)

제가 달라진 게 아니라, 요새는 일을 봐주는 분(일정을 잡고 조정하는 구단 홍보 프런트)이 있어서 그런거죠. 제가 운동에 빠지면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하는 스타일이잖아요. (김병현은 2003년 한 스포츠전문지 사진기자와 취재 문제로 서울의 한 헬스클럽에서 충돌한 적이 있다)그 때는 던지는 것도 몸 상태도 마음에 안 들었어요. 미국에서 뛰는 것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정말 싫었거든요. 제대로 몸을 만든 다음에 제대로 해보고 싶었지요. 타이거 우즈처럼요. 사실 자신도 있었고, 이렇게 하면 사이영상도 받을 수 있겠다 그런 생각도 있었어요. 운동에만 신경을 쓰고 따로 일을 봐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언론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요. 집(한국)에 가는 건데, '나 집에 간다'고 떠들고 다닐 이유가 없잖아요. 조용히 다닌다는 게 오해를 산 것 같아요.

-2005년부터 투심이 좋다고 생각해 던져보라고 권유했는데 한 번도 안 던졌다. 왜 안 던진거냐. 한국에서 던져볼 생각은 없냐. 내가 사는 용인 수지로 이사올 생각은 없는 거냐.(두산 김선우·35)

투심은 요즘 던지고 있어요. 본래 투심을 던졌는데 짧은 이닝을 던질 때는 필요가 없잖아요. 직구랑 슬라이더만 있어도 되니까. 긴 이닝을 던지려면 투심을 안 던질 수가 없죠. 근데, 형 사는 데는 집도 좋고 비싸잖아요. 용인에서 목동까지 자동차로 1시간 넘게 걸리는데 어떻게 이사를 해요. 나중에 운동 그만두면 모를까.

-대학 때 우리 함께 클럽에도 가고 그랬잖아. 그때 너 상당히 춤을 잘 추고 좋아했던 거 같았는데. 여전히 춤 좀 추냐?(KIA 유동훈·35·성균관대 선배)

(고개를 갸우뚱하며)어, 나 원래 춤 안 추는데…. 형이 다른 사람이랑 헷갈리는 거 아닌가요. 그게 1997년이었던가, 오래 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그때도 술이 약해 별로 안 마셨는데. (정색을 하며)놀기는 형이 잘 놀았죠. 근데 형은 너무 깔끔해.

-선배가 광주일고 3학년이고, 제가 순천고 2학년 때 연습경기를 했었죠. 그때 타자로 선배를 상대했는데, 슬라이더를 아직도 잊지 못해요. 저도 오랜시간 미국에서 있다가 돌아왔어요. 어떻게 적응하고 공부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NC 정성기·33)

우리나라 야구가 절대 약한 야구가 아니다. 미국과 우리야구는 템포, 리듬부터 다른 것 같다. 한화전 때 관중이 많이 들어오고 어수선한 게 조금 낯설었다. 미국 야구장은 응원도 없고 조용하잖아. 근데 우리나라는 관중석의 말 소리가 다 들린다. 어린애들이 나를 보고 "김병형이다"라고 소리를 지르더라. 꼬맹이들이 어른한테 말이야.(웃음) 이런 부분들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 너는 본래 운동을 잘했던 선수이니 자신감을 갖고 하면 반드시 잘 할 거다. 애리조나에서 보니까 공이 좋더라.

-대학 때 네 공 정말 좋았다. 처음 보는 공이었어. 나랑 붙으면 무슨 공 던질래.(두산 임재철·36)

아, 그때는 공이 좋았지요. 근데 지금은 옛날같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형, 요즘 굉장히 잘 치던데요.

-지난해 일본에 있을 때 함께 삼겹살 먹고 그랬는데. 이제 한국에 왔으니 또 사주실거죠? 우리 언제 다시 뭉치죠?(한화 김태균·30)

니가 잘 버니까 이제 니가 사야지. 도쿄에서 함께 삼겹살 먹던 생각이 난다. 조만간 한화랑 우리 경기 있는 날 한 번 보자.

-미국에 있을 때 보면 푸시업(팔굽혀펴기)을 열심히 하던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롯데 송승준·32)

고등학교 때 발굽혀펴기가 좋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습관이 됐다. 제대로 하면 도움이 되지만 잘 못하면 오히려 안 좋아. 무조건 많이 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매일 하면 안 좋다. 너무 많이 하면 팔만 두꺼워 진다.

-선발, 중간, 마무리를 다 경험했는데,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죠.(롯데 김사율·32)

마무리도 재미있는 부분이 있고, 선발과 중간으로 나가 던지는 것도 매력적이다. 중간에서 던지면 뭐라고 할까. 마무리보다 더 중요한 상황에 나갈 수 있고, 7~8회에 나가 팀 승리를 지키면 정말 재밌다. 김시진 감독님이 선발을 생각하고 계시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는 제대로 선발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그런 거 없어. 야구장에서 제대로 공 던지는 게 목표지.

-형. 우리 가끔 전화통화하잖아요. 대구 오면 뭐 사주실 거죠.(삼성 오승환·30)

니가 그런 얘기를 해서 전화 안 하는거다.(웃음) 미국에서 WBC 할 때 우리집 와서 자고 그랬는데. 그때 (박)진만형, (이)병규형이랑 밥먹으러도 함께 가고 놀고 그랬었지. 수술하고 재활해서 재기에 성공한 너를 보니 뿌듯하다.

-고등학교 때 선배님의 역동적인 투구폼을 보고 무작정 따라한 적이 있습니다.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역동적인 투구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요.(LG 우규민·27·언더핸드 투수)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절대 따라하면 안된다. 좋은 폼이 아닌데…. 만드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 예전에는 공격적이고 유연했지. 순간적으로 힘을 잘 썼지만 지금은 버티는 수준이다.(웃음) 무등중 3학년 때 장난삼아 아래로 던지고 있는데 감독님이 바꿔보라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방수원 코치님이 우연히 학교에 놀러왔다가 나를 보고 아래로 던져보라고 권유했다. 사실 그전에도 밑으로 던지면 오버로 던지는 것보다 공이 더 멀리 갔어. 물수제비도 잘 떴고. 중학교 3학년 때 이후 야수로 나설 때 빼고 투수 할 때는 한 번도 오버스로로 던진 적이 없다.(김병현은 밑으로 던지기 시작하면 팔이 안 올라온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이 함부로 내리는 게 위험하다는 충고도 했다. 언더핸드로 던지고 싶은 선수라면 팔이 다시 올라오기 어려우니 잘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루키 신고식이 있다고 들었어요. 선배님은 어떤 신고식을 했나요. (넥센 한현희·19)

보통 긴 머리 가발을 씌우고, 브래지어를 하게 하고 런다. 어떤 친구는 여자팬티를 입었는데, 중요한 부분이 삐죽 튀어나와 한참 웃었지. 근데 나는 이상하게 안 시키더라고. (크게 웃으며)다른 얘들은 다 했는데. 인상이 더러워서 그런가.(민망한 질문을 살짝 비켜가려는 것 같아 몇차례 다그쳤으나 김병현은 끝까지 안 했다고 했다)

-상대했거나 함께 했던 선수 중에 정말 괴물이라고 생각했던 선수가 있나요.(넥센 문성현·21)

마크 맥과이어, 세미 소사, 래리 워커가 그랬다. 한창 좋을 땐 삼진을 잡아야지 마음먹으면 삼진을 잡았다. 그런데 워커는 볼카운트 2-0에서 베스트로 던져 제대로 들어갔다, 삼진이다 생각했는데도 그 공을 끄집어내 커트를 하더라고. 사실 난 그 다음 공을 생각 안 했거든. 다음은 어떻게 던져야 하나 굉장히 당황하고 그랬다. 소사는 나한테 약했는데, 스윙이 굉장했어. 배트에 안 맞았는데도, 방망이 휘두를 때 위압감이 느껴져. 투수 중에는 랜디 존슨과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괴물이었다. 존슨은 키(2m8)가 그렇게 큰 데도 밸런스가 좋았다. 그 키에 공을 그렇게 부드럽게 던지기는 힘들다. 그러고보니 존슨도 그렇고, 제이미 모이어(50·콜로라도)도 서른 넘어서 더 잘했네.(김병현은 국내 프로야구는 변화가 너무 빠른 것 같다고 했다. 일본 라쿠텐에 있을 때 그는 투수 중 중간 정도였는데, 넥센에서는 투수 서열 두번째다. 얼마전 선배 이종범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임마, 야구를 알게 될 때쯤 되면 은퇴해야 해' 하더란다)

-미국, 일본야구 다 경험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후배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LG 봉중근·32)

잘 하고 있는 너에게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 미국에서 돌아와 처음에 고생을 했을 텐데, 오히러 너한테 물어보고 싶다.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는 거냐.

-WBC(2006년) 때 보니 네 공 정말 좋더라. 지금도 그 정도 던지면 두려울 것 같은데.(류중일 삼성 감독·49)

(크게 웃으며)삼성은 지난해 우승팀인데….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나저나 감독님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감독 첫 해 아시아시리즈 우승까지 하시고.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뒤 컨디션 조절이 힘들 때가 있어요. 컨디션 조절을 어떻게 하나요.(NC 나성범·23)

우선 많이 움직여라. 유연성 운동도 그렇고, 러닝도 많이 해. 야구 외적으로 아침 꼭 챙겨먹어라. 오래 운동하는 선배들을 보면 아침을 꼭 먹더라.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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