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나이를 먹고도 가능한 운동 중 하나다. 30대 후반까지 방망이를 잡거나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 그런데 야구 역시 나이가 들면 잘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몸이 생각 처럼 반응하기 않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세상의 순리에 반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는 노익장들은 예외다.
37세까지 선수로 뛰고 선수 유니폼을 벗었던 한대화 한화 감독(52)의 얘기는 이랬다. "타자의 경우 35세 이후부터는 1년이 다르다. 그때부터는 예외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 배팅 스피드가 떨어지게 돼 있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국내 무대에서 뛰었던 용병들을 예로 들었다. 한화에서 삼성으로 이적했던 제이콥 크루즈(39)도 1년 만에 힘이 떨어졌다. 롯데와 한화에서 뛰었던 카림 가르시아(37)도 비슷했다. 크루즈는 2007년 한화에서 타율 3할2푼1리, 홈런 22개, 85타점을 친 후 2008년 삼성으로 옮겼지만 타율 2할8푼2리, 홈런 2개, 21타점으로 부진했다. 1년만에 극과 극을 달린 셈이다. 34세와 35세 1년 사이에 벌어진 극명한 변화다. 1975년생인 가르시아 역시 36세였던 지난해 한화에서 뛰었지만 타율 2할4푼6리, 홈런 18개로 롯데 시절 보다 기량 면에서 떨어졌다. 한화는 가르시아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한 감독 역시 이런 경험을 선수시절 했다. 34세였던 1994년 LG에서 타율 2할9푼7리, 67타점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35세였던 1995년 타율은 2할4푼1리, 37타점으로 방망이 화력이 뚝 떨어졌다. 한 감독은 이런 하락세를 뒤집지 못하고 1997년 쌍방울에서의 시즌을 끝으로 선수 은퇴했다.
지난해 12월 이승엽을 영입한 삼성 류중일 감독은 "현재 이승엽의 배팅 스피드가 좀 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나이가 들면 모든 신체 기능이 한창 좋을 때 보다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 감독과 류 감독 모두 이승엽이 이번 2012시즌에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면 당분간 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야구선수로 환갑이 지난 30대 중반, 운동능력중 가장 떨어지는 것은 스피드다. 근력과 순발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배팅 스피드가 아주 조금씩 추락한다. 대개 타자는 타석에서 투수가 던지는 빠른 공에 0.3~0.4초에 반응해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십 수년간 야구를 전문적으로 한 프로선수들이라도 이 볼을 정확하게 때려낸다는 건 쉽지 않다. 10타수 3안타(타율 3할)만 해도 잘 쳤다고 칭찬받는 건 이런 이유와 궤를 같이 한다. 따라서 배팅 스피드가 조금만 떨어져도 예전 같으면 홈런이 될 타구가 안타가 될 수 있다.
1976년생인 이승엽의 올해 나이 36세다. 그는 2003년 삼성에서 아시아 홈런 기록인 56개를 치고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가 지난해말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무려 8년 동안 국내 무대를 떠나 있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