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박찬호한테 홈런 하나친 게 끝이잖아"
양 감독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홍성흔이 빠진 4번 자리에 어떤 선수를 쓸 지에 대한 고민. 한참 선수들을 떠올리던 양 감독은 드디어 라인업에 외야수 전준우의 이름을 써넣었다. '호타준족형' 선수인 전준우는 사실 4번을 맡을 정도의 거포는 아니다. 프로에서 단 한 차례도 4번을 맡은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대학(건국대) 시절에도 몇 차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양 감독은 전준우의 콘택 능력에 신뢰감을 보였다.
황재균의 투정이 시작된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양 감독은 전준우를 4번으로 확정하고 나서 전준우에게 "너 오늘 출세했다"며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득달같이 양 감독에게 다가온 황재균은 "감독님, 이건 아니죠.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황재균의 항의가 이어진다. "준후형은 타율도 1할대에 타점도 아직 없어요. 저도 5타점이나 되는데 타점이 없는 타자를 4번으로 쓰시면 안되죠".
그제서야 껄껄 웃은 양 감독은 전준우를 돌아보며 "준우야 앞으로 재균이한테 잘해주지 마라. 호시탐탐 네 4번자리를 노리더라"며 경계령(?)을 내렸다. 말수는 적지만, 의리가 넘쳐 동료들의 사랑을 받는 전준우, 묵직한 한 마디로 후배를 감싼다. "감독님, 저렇게 하고 싶어하니 재균이 4번 한번 시켜주세요." 훈훈한 롯데 덕아웃 풍경이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