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와 오승환, 페라리와 벤츠트럭의 차이

최종수정 2012-03-29 06:25

오승환은 벤츠 트럭이다. LG 리즈가 스피드가 더 좋은 페라리라면 오승환은 묵직한 명품 트럭인 셈이다. 오승환이 3년전 일본 오키나와의 전훈캠프에서 피칭훈련을 마친 뒤 아이싱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포츠조선 DB

조금 이상하다, 아니 어색했다. LG에서 마무리투수가 나왔는데 땅볼 3개로 순식간에 세이브다. 고정관념 때문이었을까.

역시 구속이 좋은 포심패스트볼은 최고의 무기다. 지난해 선발로 뛰었지만 올해 마무리투수로 보직이 바뀐 LG 리즈가 28일 KIA와의 광주 경기에서 시범경기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4-2로 앞선 9회말 등판해 2루 땅볼-3루 땅볼-2루 땅볼로 공 6개만에 세이브를 기록했다. 전광판 기준으로 최고 구속 155㎞, KIA쪽 스피드건엔 최고 156㎞가 찍혔다.

먹힌 타구가 낯설다

LG의 마무리투수 잔혹사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야구팬들이 기억하고 있다. LG 김기태 감독은 일단 뒤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리즈를 마무리투수로 돌렸다.

28일 광주 경기가 끝난 뒤 원정 감독실에서 김기태 감독을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눴다. "어색했다. LG에서 세이브 요건에 올라온 투수가 공 몇개 던지고 너무 쉽게 세이브를 따냈다. 이걸 낯설게 보는 게 이상한가"라고 질문했다.

김기태 감독은 웃었다. 그러면서 "왜? 먹힌(타이밍이 맞은 것 같은데도 뻗지 못하거나 내야를 못 넘은 타구를 의미) 타구가 나오고 하니까 이상한가? 하하"라고 말했다.

이날 LG는 4대2로 이겼다. 다른 어떤 결과보다도 김기태 감독은 리즈의 '초간편 세이브'를 보면서 든든함을 느꼈을 것이다. 확실히 155㎞짜리 포심패스트볼은 타자에겐 어렵다. 누군가는 리즈를 보면서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뛰었던 마크 크룬을 연상하기도 한다. 일단 155㎞를 던질 수 있는 마무리투수는 눈에 띈다. 올해 리즈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

리즈는 페라리, 오승환은 덤프트럭


삼성 오승환과 비교해보고 싶었다. 지난해 47세이브를 기록했던 오승환은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다. 보통의 투수들과 달리 포심패스트볼 그립을 약간 찍어서 잡는다. 방송사 장비로 측정했을 때 초당 회전수 57회전을 기록했던 오승환의 직구를 모든 타자가 어려워한다.

오승환의 경우, 지난해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3㎞ 정도였다. 평균 구속은 146~149㎞였다. 리즈는 "아직 컨디션이 100%가 아니다"라고 말했음에도 벌써 156㎞를 기록했다. 올해 마무리투수로 짧게 던지면 직구 평균 구속이 15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리즈가 오승환에 비해 구속은 확실히 빠르다. 리즈는 지난해 선발로 뛸때는 경기 초반과 4회 이후가 구속 차이가 현격했다.

LG 차명석 투수코치에게 질문했다. "같은 포심패스트볼이라도 오승환과 리즈의 직구는 뭔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비교해달라."

차명석 코치는 "뭐랄까. 리즈의 포심패스트볼은 자동차로 치면 페라리와 비슷하다. 오승환의 포심패스트볼은 덤프트럭이다. 묵직함에 있어선 오승환이 낫다. 물론 여기서 덤프트럭은 명품 트럭 혹은 SUV를 의미한다"고 답했다.

페라리는 스포츠카의 대명사다. 간단히 말하면 스피드로 상징되는 차다. 차 코치가 언급한 덤프트럭이 국내 공사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트럭을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얼마전 다임러그룹 벤츠 트럭의 세일즈&마케팅 총괄 담당이 2억원짜리 대형트럭인 '악트로스 리미티드 에디션 블랙 라이너'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차명석 코치가 언급한 덤프트럭은 바로 이런 종류의 트럭을 말하는 것이다.

리즈, 오승환의 카운터파트를 꿈꾼다

27년쯤 전에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주연을 맡았던 '전격제트작전'이란 미국 드라마가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후의 '에어울프' 등과 함께 이른바 '미드'의 선구자격이었다. 그 드라마의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말하는 자동차 '키트'의 강력한 적수로 등장했던 트럭이 있다. '골리앗'이란 트럭이었다. 온갖 첨단 테크닉을 다 갖춘 키트도 골리앗의 파워에 고전했었다.

차명석 코치가 리즈와 오승환의 포심패스트볼을 페라리와 덤프트럭에 비유한 건 그들의 직구가 갖고 있는 특징을 상징한 것이다. 차 코치는 "구속만 놓고보면 리즈가 확실히 빠르다. 그런데 오승환의 포심패스트볼은 굉장히 묵직하다. 상대적으로 구속은 느려도 오승환의 직구는 리즈에 비해 묵직한 강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마무리투수로서 오승환의 직구는 이미 검증을 마쳤고 분명 위력이 더 있다는 의미였다.

리즈는 지난해 1년간 한국에서 뛰면서 오승환의 구위를 경기장에서 지켜봤다. 리즈에게 오승환과의 경쟁에 대해 물어봤다. 리즈는 "구원투수를 맡은 이상 강한 마무리투수가 되고 싶다. 직구는 내 가장 큰 무기이며 자신있는 공이다. 오승환의 직구와 비교해서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구원투수로서의 나는 신인이다. 부족한 점은 많겠지만 노력해서 한국 최고 마무리투수인 오승환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겸손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굉장히 솔직한 대답이었다.

리즈도 좋은 투수다. 대신 팀전력으로 봤을 때 올해 오승환에 비해 리즈는 본격적인 세이브 요건에서의 등판 기회가 적을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훌륭한 포심패스트볼은 팬을 부른다. 이들의 '포심패스트볼 경연'을 지켜볼 수 있는 건, 올시즌이 주는 또하나의 선물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지난 2월 오키나와 전훈캠프에서 LG 리즈가 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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