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대호에게 홈런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겠지만, 사실 타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타점이다. 한시즌 홈런이 10개에 그치더라도 만약 90타점 이상을 기록한다면 충분히 '성공한 용병'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소프트뱅크 선발은 오른손 에이스인 세쓰 다다시. 지난해 14승8패, 방어율 2.79를 기록한 투수다. 이대호는 0-0인 2회초 선두타자로 일본 정규시즌 첫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는 바깥쪽 코스로 시속 121㎞짜리 꽉 찬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흘려보냈다. 스트라이크. 2구째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몸쪽에 붙은 140㎞ 직구였다. 볼.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139㎞짜리 몸쪽 꽉 찬 직구가 들어오자 배트를 냈지만 3루 파울플라이에 그쳤다.
세쓰는 싱커를 잘 던지는 투수다. 두번째 타석에선 이대호가 세쓰의 유인구 싱커를 잘 참아냈다.
0-2로 뒤진 4회초 2사 2루. 볼카운트 2-1로 몰렸다. 4구째 바깥쪽 낮은 127㎞짜리 슬라이더가 들어왔고 이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볼카운트 2-2. 여기서부터 141㎞짜리 직구와 109㎞짜리 커브를 모두 파울을 냈다. 무려 32㎞의 구속 차이로 잇달아 들어온 공을 커트해냈다.
7구째가 승부처였다. 세쓰의 장기인 133㎞짜리 싱커가 가운데 낮은 코스로 떨어졌다. 참아냈다. 이렇게 풀카운트가 됐고 8구째 슬라이더가 비슷하게 들어왔지만 적응이 된 이대호는 볼넷을 골라냈다. 이 장면에선 후속타 불발로 오릭스는 점수를 내지 못했다.
세번째, 인내로 얻은 자신감 적시타로 이어져
0-3으로 뒤진 6회초 1사 1,3루 세번째 타석. 여전히 투수는 세쓰였다. 초구에 129㎞짜리 싱커가 몸쪽 낮은 코스로 떨어져 볼이 선언됐다. 2구째 120㎞짜리 슬라이더는 낮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다. 볼카운트 1-1. 여기서 3구째 138㎞ 직구가 바깥쪽 높게 꽉 찬 코스로 들어오자 이대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배트를 돌렸다. 파워를 실은 홈런 스윙은 아니었지만 정확했다. 투수옆 마운드를 스친 강습타구는 중전 적시타로 이어졌다. 이날 오릭스의 첫 점수가 이대호에게서 나왔다.
네번째, 파울 공방속 아쉬운 첫 삼진
1-3으로 뒤진 9회초 네번째 타석. 이대호에 앞서 선두타자 고토가 우중간 2루타로 출루했다. 또다시 무사 2루 타점 찬스. 이대호가 타석에 섰다.
상대투수는 용병 폴켄버그. 지난해 19세이브, 방어율 1.42를 기록했다. 초구에 125㎞짜리 손에서 빠진 높은 변화구가 들어와 볼이 됐다. 2구째부터 무려 6차례나 파울이 계속됐다. 130㎞대 중후반의 포크볼과 체인지업이 잇달아 들어왔는데 파울이 됐고, 151㎞와 154㎞짜리 몸쪽 직구도 파울로 걷어냈다.
하지만 8구째 138㎞짜리 포크볼이 몸쪽 낮게 제대로 떨어지자 이대호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2m의 큰 키로 좌우 코너워크가 거의 없이 높낮이로만 공략한 폴켄버그의 다양한 구질이 돋보였다. 비록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날 이대호는 낯선 투수의 낯선 공을 상대로 힘없이 무너지지 않는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