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아, SK, LG, 롯데, 한화, 두산.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이자 동시에 프로야구 구단 이름이기도 하다. 이들 거대 기업들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팀별로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했다. 프로야구가 5공화국 시절 정치적인 이유로 생겨났다고 하지만, 몇몇 팀이 쓰러지는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들 기업들은 프로야구를 지키고 키워냈다.
롯데는 더 노골적으로 반감을 나타낸다. 정식으로 창단해 올시즌 2군 리그에 참가하는 NC의 정체성까지 건드린다. 장병수 롯데 사장은"한국 현실에서 중소기업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 인구수로 볼 때 우리나라는 6~8개 구단이 적당하다. 포스코나 GS 등 대기업이 창단에 나선다면 반대하지 않겠지만 9구단 창단 과정을 보면 KBO가 너무 급하게 일처리를 했다"고 했다. 이들은 제10구단 창단에도 부정적이다.
삼성과 롯데는 왜 NC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걸까. 야구단을 사교클럽 내지,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하는 그룹 오너 일가의 뜻이 담겨 있는 게 그 중 하나의 이유라고 봐야 한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야구단에 관심이 깊다. 세계 최대의 IT기업이자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 사장은 재벌 2~3세 중에서도 야구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삼성 경기를 보기 위해 자녀와 함께 경기장을 찾기도 하고, 덕아웃까지 내려가 선수단을 격려하기도 했다. 본인도 야구사랑이 각별하지만 자녀들이 특히 야구를 좋아해 야구장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간접적으로 구단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사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대기업 오너 일가는 재벌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NC가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재벌 오너들의 놀이터같은 야구단, 이너서클에 들어올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게임업체인 NC(엔씨소프트)를 자신들과는 격이 안 맞는 졸부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프로야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아무리 뜻이 좋은 기업이라도 엄정하게 평가를 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재벌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배척하는 게 정말로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 야구인은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재벌회장이 구단주를 맡아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전문경영인 출신 구단주 대행을 내세운다. 재벌기업 오너들은 자기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에 대해 우월의식이 있거나 편견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과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LG 구본준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등이 해당기업의 야구단 구단주를 맡고 있다. 삼성과 SK는 전문경영인이 구단주로 있다. 재벌기업 오너 구단주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롯데가 주장하는 기업 규모 문제를 따져보자. 일본 롯데가 지바 롯데 마린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본 롯데는 일본에서 껌과 초콜릿, 부동산 개발이 주업종인 중간급 규모의 기업이다. 같은 논리라면, 일본 프로팀은 도요타나 미쓰비시, 마쓰시다, 혼다같은 대기업이 운영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시대에 따라 프로팀을 운영하는 기업에 변화가 있었다. 식품회사, 철도회사가 주로 팀을 운영하다가 최근 인터넷 쇼핑몰 업체인 라쿠텐이 팀을 창단했고, 모바일 게임업체인 DeNA가 요코하마 구단을 인수했다.
재정이 알차고 구단주의 구단 운영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면 충분히 프로팀을 운영할 수 있다. 의욕적으로 프로야구에 뛰어든 중견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 일은 대기업답지 못한 행동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