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적선발요? 제가 더 잘하면 되죠."
지난달 18일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지며 한차례 이름을 알린 그다. 모두가 두려워할 만한 삼성 타선이 두렵지 않았다. 낯설지도 않았다.
삼성에서 방출돼 LG로 왔다든가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없다. 인연도 없는 팀이다. 그저 상대성이 잘 맞았을 뿐이다. 삼성은 왼손타자가 유독 많은 팀이기도 하다. 올시즌 삼성 상대로 표적 등판해 '삼성 킬러'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승우의 생각은 어떨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이내 의젓한 대답이 들렸다. "자존심 상할 게 뭐 있나요. 표적선발이라도 나갈 때마다 잘 던지면 되죠. 그러다보면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민하는 시간도 없었다. 침착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시간이 미래를 위한 발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승우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고교 때부터 기교파였는데 두차례의 수술과 재활로 스피드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느린 직구도 통한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부분의 직구가 투심패스트볼이나 싱커처럼 볼끝의 변화가 심하다. 정상적으로 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화하는 직구는 좀처럼 방망이 중심에 맞히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변화구도 훌륭하다. 서클체인지업과 슬로커브가 일품. 특히 변화구를 원하는 곳에 넣는 솜씨가 좋다. 제구력은 대부분의 경험없는 투수들이 해결해야 하는 난제지만, 이승우에겐 그저 딴사람 얘기다. 그는 숨겨진,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 닮아있다.
이승우는 며칠동안 하늘을 붕 뜬 기분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개막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도 모자라, 팀의 두번째 경기에 선발등판했다. '할 수 있다'는 말을 모바일 메신저에 새겨놓은지 하루 뒤, 정말로 해냈다. 이젠 미래의 LG 선발투수를 향해 또다른 표적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