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방출-테스트 넥센 포수 허도환 야구 스토리

최종수정 2012-04-12 08:42

7일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투수 한현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넥센 포수 허도환. 잠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넥센 히어로즈 포수 허도환(27) 만큼 야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선수가 있을까.

"제가 포수가 아니었다면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었을까요. 먼 훗날 자유계약선수(FA)가 되더라도 넥센에 남을 겁니다. 넥센에서 은퇴할 때까지 헌신하고 싶어요."

이 선수 뭔가 남다른 데가 있다. 좌우명을 물었더니, '난 나만 믿는다'라고 했다. 생글생글 웃으며,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는 게 너무 기쁘다고 했다.

넥센 유니폼을 입고 주전 포수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치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걸어나온 그 누군가인것 같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7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허도환은 딱 1경기를 뛰고 방출됐다. 그해 5월 27일 대전 한화전 9회초 안타를 터트린 홍성흔의 대주자로 나섰다가 9회말 수비 때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 1경기로 두산과의 인연을 사실상 끝났다. 경기전 김태형 배터리 코치와 롱 캐치볼을 하던 중에 오른쪽 발꿈치에서 "뚝"소리가 났다. 팔이 부어오르고 아팠지만 내색을 하지 못하고 경기에 나섰다가 탈이 난 것이다. 이후 2군으로 내려갔는데, 1군에 한 번 갔다오더니 몸을 사린다고 수근거렸다. 남의 속도 모르고.

2007년 시즌이 끝난 뒤 허도환은 전력외 통보를 받았다. 불러주는 데가 없었다. 이수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만 바라보고 달려왔기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허도환은 "그때는 부모님 눈치가 보여 집에 있을 수 없었고, 나가면 술을 마시게 되고, 집에 오면 잠을 자지 못했다. 세상 모두가 나에게 등을 돌렸다는 생각에 자살충동까지 있었다"고 했다. 그해 5월 허도환은 자비로 발꿈치 수술을 했고, 12월 공익근무를 시작했다. 성남의 본가 근처 사회복지시설에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일을 했다. 야구와 떠나 있는 시간이 오히려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러 일으켰다.

허도환은 공익근무 24개월 동안 1주일에 5~6일씩 두산 시절 선배 김덕윤이 코치로 있던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배명중을 찾았았다. 모교인 서울고 대신 라이트 시설이 있는 배명중에서 한 참 아래 야구 후배들과 구슬땀을 흘렸다. 학부모들의 눈치도 많이 봤단다.


11일 SK와의 홈 개막전을 앞두고 선수 소개를 기다리며 활짝 웃고 있는 허도환.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공익근무를 마치고 배명중 운동장에 도착하면 오후 7시쯤 됐어요. 그때부터 3시간 넘게 운동을 하고 집에 오면 밤 11시가 넘었어요. 그렇게 2년을 야구에 매달렸지요"라고 했다. 공익근무를 하다보면 나태해져 운동을 게을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독하게 야구에 매달렸다.

허도환은 2010년 말 제대를 앞두고 입단 테스트를 받기 위해 휴가를 쓰지 않고 모았다. 그해 초겨울 두산으르 제외한 7개 구단에 테스트를 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넥센을 제외한 어떤 구단도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2년의 공백과 포수로서 25세의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테스트를 통과했다. 공익근무에서 소집해제된 날 바로 넥센 2군이 있는 전남 강진으로 내려갔다. 야구를 다시 하게됐다는 설렘에 하루도 지체할 수 없었다.

넥센 유니폼을 입으면서 허도환은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신고선수 등록이 가능한 지난해 6월 1일 바로 1군에 올랐다. 시즌 하반기 79경기에 나섰다. 주전 포수인 강귀태와 허 준의 부상이 그에게는 기회였다. 에이스인 나이트와 함께 시즌 막판 신바람을 냈다. 나이트는 등판 때마다 허도환을 찾았다. 허도환은 그런 나이트가 너무 고마워 조만간 근사한 곳에서 맛있는 밥을 사겠다고 했다.

허도환은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2연전에 모두 선발 포수로 나섰다. 6년 만에 첫 개막전 선발 출전이었다. 시즌 초반 분위기로 보면 주전 포수가 된 것이다. 김시진 감독은 "타격이 조금 약한 게 아쉽지만 투수 리드, 브로킹이 좋다"고 했다. 학창시절에는 방망이에 소질이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는데 프로에서는 이상하게 잘 안 맞는다고 했다.

허도환은 넥센 입단과 함께 목동야구장에서 가까운 서울 강서구 가양동 외할머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성남 본가에서 오고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다. 야구를 잘 모르는 팔순의 외할머니는 외손자를 볼 때마다 "직장 잘 다니냐"고 묻는단다.

허도환의 올해 목표는 부상없이 시즌을 소화하고, 투수들과 함께 60승 이상을 합작하는 것. "60승쯤 하면 우리 팀이 4강에 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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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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