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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바꾼 보직, 결과는 정반대였다.
LG 선발 임찬규는 1회부터 실점 위기를 맞았다. 볼넷을 내준 김주찬을 견제로 잡아냈지만, 조성환 전준우에게 연속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수비가 도왔다. 전준우의 2루타 때 중견수-유격수-포수로 이어지는 완벽한 중계플레이로 홈으로 파고들던 조성환을 아웃시켰다.
3회에도 조성환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전준우의 우익수 플라이 때 행운의 더블플레이가 이어져 이닝을 마감했다. 임찬규는 매이닝 주자를 출루시키며 아슬아슬한 피칭을 이어갔다. 결국 4회에는 안타 3개와 투수실책으로 2실점했다. 5회에도 2사 1루서 홍성흔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이날 임찬규의 직구 최고구속은 144㎞를 기록했지만, 볼끝은 너무나 가벼웠다. 커브와 체인지업 등을 적절히 섞어 던져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강력한 직구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변화구의 위력 역시 급감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볼끝도 가벼웠지만, 더 큰 문제는 제구였다. 타자 눈높이로 치기 좋게 들어가는 공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공이 빠르고 볼끝이 좋아도, 공이 높다면 타자들은 때려내기 마련이다. 롯데 타자들의 스윙은 가벼웠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타구는 쉽게 외야로 뻗어나갔다.
선발로 전환한 만큼, 임찬규는 지난해에 비해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완급조절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아직 갖고 있는 힘을 다 끌어내지 못하는 투수에겐 사치일 수 있다. 공의 위력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임찬규로선 앞으로 어떻게 힘을 분배할 지 더욱 고민해야 한다. 투구수 100개, 6~7이닝이 아니라 5이닝만 소화하고 불펜에 넘긴다는 생각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중간으로 간 유원상, 원래 이렇게 잘 던졌어?
임찬규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 이가 있었다. 바로 중간계투로 보직을 옮긴 유원상이다. 유원상은 선발로 시즌을 준비하다 오키나와 전지훈련부터 짧은 이닝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중간으로 갔을 때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며 선발 후보군에서 유원상을 제외했다. 대신 선발투수 바로 다음에 던지는 롱릴리프로 낙점됐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원상은 중간에서 본인이 가진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에게 잘 맞는 새 옷을 찾은 기분이다.
7회 등판한 유원상은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조성환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김주찬 전준우 홍성흔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유원상은 140㎞대 중반의 직구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넣었다.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 그리고 구석구석으로 제구가 완벽히 이뤄졌다.
물론 선발로 던질 때와 달리 중간에서는 공 하나 하나에 전력투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원상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한 게 아니다. 직구에 힘은 있었지만, 오히려 정확한 제구력을 앞세운 기교파 투수의 모습에 가까웠다.
유원상은 직구와 슬라이더 만으로 승부했다. 물론 선발보다는 짧은 이닝 전력을 다하는 중간계투에서 단순함이 통할 수 있다. 그래도 임찬규에게 유원상 케이스는 참고할 부분이 있다. 공을 낮게 던질 수 있는 제구력, 그리고 직구에 힘을 더한다면 여러가지 변화구로 타자를 현혹시키는 것보다 훨씬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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