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KIA 공격력 강화의 열쇠를 쥔 '2번타자'의 진짜 주인은 아직도 가려지지 않았다.
KIA 선동열 감독은 팀 부임 후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공격형 2번타자' 찾기다. 선 감독이 "2번 타자가 단순히 작전수행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공격적인 보습을 보여줘야 팀의 득점력이 살아날 수 있다"며 새로운 2번을 찾겠다고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까지 KIA 2번타자의 주인이었던 김선빈에게는 어쩌면 서운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김선빈은 지난시즌 중 타구에 얼굴을 맞아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지만, 투지와 근성으로 이를 극복해낸 인물이다. 결국 지난해 김선빈은 98경기에 나와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타율 2할9푼(335타수 97안타) 47타점 22도루로 알찬 활약을 펼쳤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공격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 감독은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래서 부각된 인물이 바로 신종길이다. 1m83/85㎏의 날렵한 체구의 신종길은 타고난 힘으로 장타력을 갖춘 데다 발도 빨라 선 감독이 원하는 공격형 2번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주목받았다. 신종길 역시 자신에게 찾아온, 어쩌면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고군분투했다.
결국 개막 후 신종길은 4경기 연속 2번으로 선발출전한다. 이 시점까지만 보면 새로운 '2번타자'의 주인은 신종길이 된 듯 했다. 하지만 '반전'이 숨어있었다. 신종길은 개막 2연전에서는 그나마 안타 2개를 치면서 무난하게 적응하는 듯 했는데, 이후 광주 홈에서 열린 삼성과의 2연전에서는 8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자신감이 자꾸 떨어지는 상황에서 큰 임무를 맡으면 자칫 선수가 정신적으로 큰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 소위 '멘탈붕괴(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무기력감에 빠진 상태)'가 찾아올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선 감독은 5번째 경기인 지난 13일 잠실 LG전부터 2번 자리를 김선빈에게 맡겼다. 신종길은 부담이 적은 하위타선으로 내려보내는 처방을 썼다.
그런데 이 처방이 큰 효과를 내고 있다. 김선빈이 2번을 맡게되자 팀 공격력이 다시 살아났다. 신종길이 출전했던 4경기에서 평균 4.25점 밖에 뽑지 못했던 KIA는 김선빈이 2번으로 나선 3경기에서는 총 20점을 뽑으며 평균 6.67득점을 기록했다. 득점력이 63.7%나 증가한 것이다. 김선빈은 2번으로 나선 3경기에서 타율 3할(10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볼넷도 4개를 얻어내 출루율도 5할이나 된다.
재미있는 점은 신종길 역시 하위타선으로 한발 물러선 뒤 안타 침묵을 깼다. 11타수 연속 무안타에 시달리던 신종길은 9번으로 내려간 13일 LG전에서는 첫 타석에 호쾌한 우전 3루타를 치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이후 다시 9타수 무안타로 잠잠하지만, 일단 타순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어찌보면 선 감독의 노련한 선수기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시즌 초반 신종길을 2번으로 기용하며 김선빈의 투지를 자극했고, 신종길이 부진하자 독이 오른 김선빈을 활용했다. 그러면서 신종길에게 부담이 덜 한 하위타선에서 다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결국 선 감독은 우타자 김선빈과 좌타자 신종길이라는 두 카드를 다양하게 쓰려는 계획을 세워뒀을 수도 있다. 어쨌든 KIA의 2번 자리는 시즌 내내 주인이 바뀔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