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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구장에 도청기가 있다?'
도청기 소동의 전말은 이렇다. 류 감독은 20일 청주구장에서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디펜딩챔피언인 삼성은 최근 4연패에 빠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류 감독은 특유의 위기 관리법을 소개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교훈을 응용한 것이었다. 류 감독은 전날 두산전을 마친 뒤 "연패도 약이 될 수 있다"는 경기소감을 말한 것에 대해 "일부러 그랬다"고 했다.
류 감독은 "감독의 말 한 마디가 언론에 보도되면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면서 "선수들이 나중에 나의 멘트를 보고 힘을 얻으라는 뜻에서 격려성 소감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탈보트가 못던져서 졌다', '안타 3개 치고 무슨 재주로 이기겠나' 등 질타성 소감을 밝힐 수도 있지만 선수들의 기를 죽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감독이 연패에 낙담하지 않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여주면 선수들도 나중에 언론 보도를 보고 정말 약이 되도록 해보자고 스스로 용기를 얻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류 감독은 "작년에 우승했던 우리같은 팀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날 방송중계 해설을 맡은 윤석환 SBS ESPN 해설위원이 삼성 덕아웃을 찾아왔다.
지난해까지 두산 코치로 일하다가 올해 해설위원을 변신한 윤 위원을 발견한 류 감독이 반갑게 맞이했다. 윤 위원은 류 감독을 보자마자 "최고의 감독"이라고 외쳤다.
"작년에 코치로 일할 때도 주변에 늘 강조했지만 류 감독님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시즌 류 감독이 평소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에서 반했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감독의 언행이 코치, 선수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데 류 감독은 항상 격려하는 말로 팀을 이끌며 우승까지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그러자 류 감독이 깜짝 놀라 덕아웃을 천장을 두리번거리며 외쳤다. "이거 억수로 희한하네. 여기 도청기 설치돼 있는거 아닙니까?"
조금 전에 취재진과 대화를 하면서 소개했던 위기 탈출 화법을 윤 위원이 엿들었기라도 한 듯 그대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순간 주변은 폭소의 도가니로 변했고, 류 감독은 윤 위원의 칭찬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새로운 다짐을 했다. "시즌 개막 이전에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바람을 밝혔는데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 것 같다. 말이 너무 앞선 것 같으니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청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