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첫 대결 김성근 감독 "내가 어느 팀 감독인지 헷갈린다."

최종수정 2012-04-27 14:50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과 SK 김용희 2군감독이 27일 고양 홈개막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고양=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27일 고양 국가대표훈련장.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올해 첫 공식 홈 개막전이 열린 날이다. 고양 원더스는 올시즌 프로 2군 팀과 번외경기 형식으로 48게임을 한다. 지난 13∼15일 청주에서 한화와 첫 3연전을 가져 15일엔 7대5로 첫 승을 거두기도 했다.

홈 개막전의 상대가 하필 딴 팀도 아닌 SK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해 8월까지 맡았던 팀. 그래서 이번 고양 원더스의 홈 개막전은 팬이나 야구계의 관심을 끌었다.

김성근 감독은 2007년 SK 감독으로 부임한 뒤 곧바로 2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며 최고의 감독으로 우뚝 섰다. 2009년 KIA와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가는 접전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2010년 다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만들었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세 차례 우승하며 '공공의 적'이 됐다. 끊임없는 훈련과 경쟁으로 숱한 일화를 만들어내며 야구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고, 자신의 감독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우게 한 팀이었다. 반면 많은 훈련량과 선수들의 혹사 논란도 있었다. 한창 롯데, KIA와 2위 다툼을 하던 지난해 8월 17일 김성근 감독은 구단과의 재계약 협상 중 돌연 시즌 뒤 사퇴를 밝혔고, 다음날 SK 구단이 경질을 발표하며 김 감독과 SK의 5년간 동거는 악연으로 끝났다.

그날 이후 야신과 SK의 첫 만남.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오전 10시30분쯤 SK 선수들이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김경기 김상진 박철영 등 코치들과 박경완 정상호 임 훈 권용관 박 윤 신승현 등 선수 대부분이 지난해까지 김성근 감독 밑에서 생활했던 사람들. 이젠 다른 팀이다보니 단체로 가서 인사하기는 어색했는지 하나둘 개인적으로 김성근 감독을 찾아가 인사를 했다. 그러다보니 감독실의 문이 계속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김 감독이 "내가 여기 팀(고양) 감독인지 저기 팀(SK) 감독인지 모르겠다"고 해 감독실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오랜만에 빨간 유니폼(SK 유니폼)을 보니 낯설다"며 "이번 3연전엔 내가 서드(원정팀 덕아웃)로 가야겠네. 김용희 감독보고 1루 가라고 하고…"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예전 제자들의 타격 훈련 모습을 특유의 '매의 눈'으로 지켜보았다. 이날 2군으로 내려온 임 훈을 보고는 "타격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도 했다. "예전엔 몰랐는데 지금 우리 애들만 보다가 프로 2군을 보면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은 고양 원더스와 프로 2군의 수준차가 있음을 말하기도 했다.

몸은 비록 떠나 있지만 프로리그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어제 (SK) 윤희상은 1회를 보니 제대로 공을 채서 던지지 못하더라. 변화구가 밋밋했다"고 지적하며 옛 소속팀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김 감독은 전날 제구력 난조로 블론세이브를 한 LG 마무리 리즈에 대해서도 따끔한 한마디를 던졌다. "난 강속구 투수를 마무리로 둬본 적이 없다. 마무리 투수는 제구력이 좋아야 한다. 1점 차에서 볼넷은 최악이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전체적으로 투수들이 안좋아졌다"고 올시즌 초반 프로야구를 평가했다.


홈개막전 행사가 끝나고 플레이볼. 어느 팀이 이기든 얘깃거리가 되는 경기다. 고양이 이기면 김성근 감독이 복수(?)를 하는 셈이 되고 SK가 이기면 스승에게 패배를 안기는 것이 되니까. 그러나 야구는 야구일 뿐.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경기만 있을 뿐이었다.

가슴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김성근 감독의 애제자인 박경완이 2회초 고양의 선발 럼스덴의 투구에 왼쪽 복숭아뼈 위쪽을 맞았다. 박경완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곧바로 업혀 나갔다. 아무래도 양쪽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았던 터라 발목쪽에 대한 우려가 있는게 사실. 단순 타박인 것으로 보였지만 확실한 상태를 알기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3회엔 홍명찬이 또한번 럼스덴의 투구에 왼쪽 다리를 맞아 또 교체. 두 제자가 공에 맞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예전과 똑같이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경기에 집중했다.

SK를 적으로 만난 '야신' 김성근 감독.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을 듯 하다.
고양=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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