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의 4월 1위 두산, 그 원동력은

기사입력 2012-04-30 11:23


두산 김진욱 감독의 수첩에는 '같은 곳을 바라보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감독과 선수 프런트가 같은 목표를 향해 뛴다는 뜻으로 김진욱 감독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구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잠실구장 두산 감독실에 들어가면 책상 맞은 편 벽에 경기 일정표가 걸려 있다. 일정표에는 날짜별로 상대팀 이름이 적혀 있는데, 홈경기일 경우 빨간색, 원정일 경우 검은색으로 표시돼 있다. 김진욱 감독에게 날짜별로 스코어나 승패를 적어놓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김 감독은 "그거 일일이 적기도 번거롭고, 괜히 적힌 숫자들 보면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질 것 같아서 안 적는다"고 답했다. 김 감독다운 여유의 발상이었다.

하지만 요즘같은 분위기라면 승패가 적힌 일정표를 바라보는 것도 김 감독에게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두산이 4월 한 달을 10승1무5패로 마쳤다. 롯데와 공동 선두다. 두산이 4월 순위서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11년만이다. 공교롭게도 2001년은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마지막 해였다. 올해 두산의 조짐이 좋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4월을 1위로 마쳤다는 점 때문이다.

2001년에는 페넌트레이스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두산의 선두 질주는 사실 예상 밖이다. 지난해 우승팀 삼성, SK, KIA, 롯데 등과 비교해 두산 전력이 썩 나아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치는 팀이 두산이라는 평가다. 선발진, 좌우-사이드암스로 등 구색을 갖춘 불펜, 응집력이 뛰어난 타선 등 전력의 모든 부분에서 두산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여기에 김진욱 감독의 리더십도 언급되는 상황. 김 감독은 지난해 취임때 믿음, 의사소통, 자율 등을 지휘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러한 지휘 철학을 앞세운 김 감독은 선수단을 하나로 묶어야 함을 강조한다.

우선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다. 29일 잠실 KIA전에서는 김동주 최준석 양의지 등 중심 거포들을 선발에서 모두 제외했다. 전날과 당일 훈련때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는게 이유였다. 이날 KIA전은 전날 경기서 후반 기껏 역전을 해놓고 재역전을 당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그럼에도 중심타자들을 대거 뺐다. KIA 선발이 에이스 윤석민이었음을 감안하면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선발 김승회의 호투를 믿었다. 계산은 통했다. 김승회는 7이닝 3실점으로 윤석민을 압도하는 피칭을 펼쳤고, 타선에서는 0-3으로 뒤진 5회 1점을 시작으로 8회까지 매회 한 점씩 따라가며 결국 전세를 뒤집었다.

선수 자율을 따른다는 것은 의사소통을 의미하는데, 김 감독은 선수나 코치들에게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요구한다. 투수 또는 타자 교체 상황에서 코치들이 직설적으로 조언해주기를 바란다. 선수들을 향해서는 몸이 아프거나, 기록 또는 옵션이 걸린 경우 출전 여부를 직접 말해달라고 한다. 감독의 눈치를 보는 것을 경계하고, 선수가 부상을 숨기거나, 코치가 선수에 관해 남 얘기하듯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주장 임재철은 시범경기 도중 발목을 다치고도 대구 원정에 따라갔다가 김 감독에게 혼쭐이 났다.

김 감독이 데이터를 중시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철저히 과거의 기록을 따져가며 선수들을 기용한다. 지난 11일 청주 한화전서 이원석을 3번 타순에 넣은 것은 상대 양 훈의 커브를 잘 받아친다는 데이터에 따른 것인데, 이원석은 3회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26일 인천 SK전에서는 정수빈 2번, 이원석 7번, 허경민 9번 타순을 들고 나가 4대2로 이겼다. 5회 4점을 내는 과정에서 이들 3명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김 감독에게 4월을 보낸 소감을 물었다. "아직까지는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막힌 적은 없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시행착오와 위기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