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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 두산 감독실에 들어가면 책상 맞은 편 벽에 경기 일정표가 걸려 있다. 일정표에는 날짜별로 상대팀 이름이 적혀 있는데, 홈경기일 경우 빨간색, 원정일 경우 검은색으로 표시돼 있다. 김진욱 감독에게 날짜별로 스코어나 승패를 적어놓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김 감독은 "그거 일일이 적기도 번거롭고, 괜히 적힌 숫자들 보면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질 것 같아서 안 적는다"고 답했다. 김 감독다운 여유의 발상이었다.
두산의 선두 질주는 사실 예상 밖이다. 지난해 우승팀 삼성, SK, KIA, 롯데 등과 비교해 두산 전력이 썩 나아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치는 팀이 두산이라는 평가다. 선발진, 좌우-사이드암스로 등 구색을 갖춘 불펜, 응집력이 뛰어난 타선 등 전력의 모든 부분에서 두산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여기에 김진욱 감독의 리더십도 언급되는 상황. 김 감독은 지난해 취임때 믿음, 의사소통, 자율 등을 지휘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러한 지휘 철학을 앞세운 김 감독은 선수단을 하나로 묶어야 함을 강조한다.
선수 자율을 따른다는 것은 의사소통을 의미하는데, 김 감독은 선수나 코치들에게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요구한다. 투수 또는 타자 교체 상황에서 코치들이 직설적으로 조언해주기를 바란다. 선수들을 향해서는 몸이 아프거나, 기록 또는 옵션이 걸린 경우 출전 여부를 직접 말해달라고 한다. 감독의 눈치를 보는 것을 경계하고, 선수가 부상을 숨기거나, 코치가 선수에 관해 남 얘기하듯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주장 임재철은 시범경기 도중 발목을 다치고도 대구 원정에 따라갔다가 김 감독에게 혼쭐이 났다.
김 감독이 데이터를 중시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철저히 과거의 기록을 따져가며 선수들을 기용한다. 지난 11일 청주 한화전서 이원석을 3번 타순에 넣은 것은 상대 양 훈의 커브를 잘 받아친다는 데이터에 따른 것인데, 이원석은 3회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26일 인천 SK전에서는 정수빈 2번, 이원석 7번, 허경민 9번 타순을 들고 나가 4대2로 이겼다. 5회 4점을 내는 과정에서 이들 3명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김 감독에게 4월을 보낸 소감을 물었다. "아직까지는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막힌 적은 없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시행착오와 위기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