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계백장군 증후군'에 결국 울었다

기사입력 2012-05-02 21:30


한화 선발 류현진이 1회에 LG 정성훈에게 선취점을 내주게 된 적시타를 허용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류현진이 결국 '계백장군 증후군'에 무너졌다.

한국프로야구의 에이스라 불리는 한화 류현진이지만, 올해 저조한 타선 지원 때문에 많이 고생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지나친 책임감이 스스로에게 큰 짐이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2일 잠실 LG전에서 류현진이 그랬다. 류현진은 이날 LG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5이닝 동안 홈런 포함 6안타 3볼넷 5실점(5자책점)으로 부진했다. 패전인 동시에 올들어 최다 실점이다. 한경기에서 5자책점 이상을 기록한 건 지난해 5월26일 SK전(6자책) 이후 거의 1년만이다.

계백장군 증후군

올들어 앞선 4경기의 내용을 살펴보면 류현진이 정말 힘겨운 등판을 해왔다는 게 느껴진다.

6이닝 3실점(2자책) 패전, 8이닝 무실점 노디시전, 9이닝 1실점 노디시전, 7이닝 무실점 승리투수. 4경기에서 합계 30이닝을 던지며 4실점(3자책)으로 방어율 0.90을 기록했지만 표면상 성적은 1승1패였다. 타자들의 득점 지원이 그야말로 형편 없었다는 뜻이 된다.

물론 류현진이 대놓고 타자들을 원망할 리는 없다. 투수들은 이런 경우에도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다. 팀워크 차원에서 일종의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대신 겉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속으로는 끙끙 앓았을 것이다. 또한, 개인 성적을 떠나 시즌 초반부터 팀이 매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팀의 에이스는 이럴 때 무한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나마저 흔들리면 팀이 무너진다'는 엄청난 중압감을 느껴야했을 것이다. 농담을 섞자면 '계백장군 증후군'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나마저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는 심경처럼 말이다.

류현진 데뷔후 1회 최다실점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득점지원, 팀승리는 지켜야한다는 스트레스가 2일 LG전에선 1회부터 부진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 류현진은 1회에만 LG 김재율에게 데뷔 첫홈런을 안겨주는 등 3안타와 볼넷 2개로 5실점했다.

류현진이 1이닝을 기준으로는 지난해 4월 LG전에서 6점을 내준 적도 있다. 당시 4회였다. 하지만 경기 개시 타이밍인 1회에 5자책점을 내준 건 데뷔후 최다 기록이다. 기존엔 4자책점이 본인의 1회 최다였다.

이날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두산과 삼성 관계자들은 "초반에 류현진의 공끝이 평소에 비해 위력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2회부터는 오히려 평온해졌다. 예상 밖으로 많은 점수를 내준 뒤에는 오히려 차분하게 본인의 공을 던질 수 있었던 셈이다.

이날 LG 선발은 신예인 왼손투수 최성훈이었다. 류현진 입장에선 최성훈과의 선발 매치업에서 잘 던져 이겨봐야 본전이다. '당연한 결과'란 평가를 들었을 것이다. 모든 관계자들은 선발투수 전력상 '한화의 손쉬운 1승'을 예견했다. 이런 분위기 또한 에이스에겐 은근한 압박이다.

LG, 100개 채우기 전략

이날 1회에 구심이 류현진의 바깥쪽 공 판정에 다소 인색했던 측면도 분명 있었다.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더 넓은 구심이었다면 류현진은 다른 결과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상대팀인 LG 입장에선 1회부터 전략이 맞아떨어진 경기였다. 경기 전부터 LG 김기태 감독은 "어떻게든 류현진이 100개를 빨리 채우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경기만 놓고보면 류현진은 130개, 140개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잦아지면 다음 등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100개 남짓이 기준점이 되곤 한다. 어차피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에는 LG 타선이 활발할 가능성이 낮다. 김 감독은 따라서 어떻게든 류현진을 7회 이전에 빨리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뒤 막판에 승부를 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1회말 공격서 LG는 선두타자 박용택이 공 6개, 2번 김일경이 5개, 3번 이진영이 7개를 소진시켰다. 타자들은 방망이를 쉽게 내지 않았다. 첫 세타자에서 이미 류현진이 18개를 던져버렸다. 그후에도 류현진은 1회를 마치기까지 다섯 타자를 더 상대해야 했다. 1회에만 거의 40개에 육박하는 투구수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결국 5이닝을 마친 시점에 103개를 던졌고 6회에 최우석으로 교체됐다. LG쪽 전략이 상당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LG와 한화의 경기가 2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1회 LG 선두타자 박용택에게 4구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류현진은 1회에만 5실점 하는 부진한 투구를 선보였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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