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형 또 내 얘기 안하고 있죠!" "벌써 다 했다. 이 녀석아!"
5일 롯데와 SK의 경기가 끝난 후 3루측 롯데 덕아웃 뒤편. 두 선수가 각각의 이유로 가장 늦게 버스로 이동하기 위한 짐을 꾸리고 있었다. 이날 경기 선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이용훈과 강민호였다. 이용훈은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를 하느라 늦었고 포수인 강민호는 포지션의 특성상 장비가 많아 이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취재진이 이날 완벽투를 선보이며 시즌 4승째를 거둔 이용훈과 얘기를 나누자 8년 후배지만 넉살 좋은 강민호가 이용훈을 향해 "형, 인터뷰 할 때 내 얘기 꼭 하랬잖아요. 안하고 있죠?"라고 소리를 쳤다. 자신의 리드가 좋아 좋은 성적을 거둘 있었다는 강민호의 애교였다. 이에 이용훈은 재밌다는 듯 "이미 다 했다"며 웃고 말았다. 실제 이용훈은 취재진에 가장 먼저 "민호의 리드가 좋았다"는 얘기를 꺼냈었다.
포수를 가리켜 '안방마님'이라는 별칭이 붙는 이유가 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투수 뿐 아니라 야수들까지도 챙기며 경기를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감독도 할 수 없는 역할이다. 그만큼 현대야구에서 포수의 역할은 중요하다.
때문에 각 팀의 감독들은 베테랑 포수를 선호한다. 아무래도 경기 경험이 많고,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을 지휘하는 것이 더욱 편하기 때문이다. 삼성 진갑용, 한화 신경현, SK 조인성 등이 주전 자리를 계속해서 지킬 수 있는 이유다. 젊은 포수가 주전으로 나선다 해도 꼭 경험이 많은 백업 포수가 그 뒤를 받친다. LG 유강남-심광호, 두산 양의지-용덕한, 넥센 허도환-강귀태 등이 그런 예다.
단 하나 예외인 팀이 있다면 바로 롯데다. 롯데의 안방은 강민호의 차지다. 양승호 감독이 "강민호가 빠지면 롯데 야구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할 정도다. 강민호는 이제 한국나이로 28세. 하지만 나이는 중요치 않다. 투수리드와 팀 내에서의 역할은 고참급 그 이상이다. 건방지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만큼 포수라는 포지션에서, 그리고 선후배 사이의 중간 위치에서 특유의 능글능글한 성격으로 분위기를 잡아나간다.
SK전 후 만난 강민호에게 "이용훈의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다"는 말을 건넸다. 이용훈은 이날 6이닝 동안 단 63개의 공을 던지며 SK 타선을 요리했다. 그러자 강민호는 "용훈이형은 피칭할 때 도망가려고 하는 습관이 아직 남아있다. 그래서 상대에게 맞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공격적인 투구를 주문했고 용훈이형 공의 무브먼트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용훈은 투수조의 최고참. 8년이나 차이가 나는 후배지만 후배가 아닌 포수의 입장에서 선배의 투구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후배가 아닌 포수로 선배가 아닌 투수를 이끌었다. 선후배를 떠나 롯데 대부분의 투수들이 인터뷰 때 "민호만 믿고 던졌다"고 얘기하는 것도 형식적인 멘트가 아닌, 강민호의 적극적인 리드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물론 "내 얘기를 꼭 하라"는 강민호의 넉살도 한 몫 했지만 말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강민호의 역할은 중요하다. 강민호는 30대 고참들과 20대 초반의 어린 후배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선배들의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후배들의 애로사항을 선배들에게 전할 수 있는 강민호가 있어 롯데의 단단한 팀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강민호는 2013시즌을 마쳐야 FA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벌써부터 "강민호는 꼭 잡아야 한다"는 팬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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