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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까치'가 희망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비록 이날 KIA가 2대3으로 재역전패를 당했지만, 심동섭의 4이닝 1안타 무실점 역투는 수확이었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입단한 심동섭은 왼손투수에다 마운드에서 타자와 정면승부를 하려고 하는 배짱 덕분에 과거 해태 시절의 명투수였던 '가을까치' 김정수를 연상케했다. 때문에 김정수를 연상케하는 심동섭 역시 '21세기 까치'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21세기 까치'는 80년대 '가을까치'처럼 입단 초부터 비상하지는 못했다. 입단 첫 해인 2010년에는 고작 1군 경기에 5번 밖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가 돼서야 중간계투로 57경기(3승1패 2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77)를 소화하면서 가치를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올해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심동섭도 당시에는 의욕이 넘치고 있었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서 정말 기쁘다. 1군에서 작년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다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후반 길게 휴식을 취해서인지 구위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심동섭은 개막 이후 7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이 무려 10.38까지 치솟고 말았다.
위기가 닥쳤다. 선 감독은 "심동섭이 기대만큼의 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2군행을 여러차례 시사했다. 심동섭은 "생각만큼 야구가 잘 되지 않는다"며 힘겨워했었다. 8일 선발등판은 그런 심동섭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다. 이날 마침 KIA 선발로테이션의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선 감독은 큰 기대없이 심동섭에게 선발을 맡겼다. 어차피 상대가 에이스 류현진을 내세우니 깨져도 크게 손해볼 것 없다는 뜻. 대신 심동섭이 이날도 부진했다면 곧바로 2군행이 유력했다.
그런 마지막 찬스에서 심동섭은 모처럼 날개짓을 시작했다. 승리는 거두지 못했어도 4이닝 동안 침착하게 1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것. 심동섭이 어떤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는 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데뷔 후 첫 선발등판에서 개인 최다투구수를 기록하며 무실점으로 4회까지 지켜낸 심동섭은 앞으로도 당분간 1군 엔트리에서 활발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