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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를 향한 도전정신, '크로스오버(cross over)'로 이어진다.
'류현진의 슬라이더', '윤석민의 커브' 왜 특이한가
'류현진의 슬라이더'와 '윤석민의 커브'가 왜 생경하고 특이한 일인 지는 지난 1월31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KIA 선동열 감독이 한 말에서 나타난다. 마침 이날은 김진우와 한기주가 동시에 불펜피칭을 한 날이었다. 두 투수는 모두 140㎞후반 이상의 빠른 직구를 가진 우완 정통파 투수. 그러나 김진우가 '제2구종'으로 폭포수 커브를 던지는 반면, 한기주는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를 던진다.
덧붙여 자신과 고 최동원 감독의 사례를 들며 "팔의 각도가 높으면 릴리스 포인트도 위에 있기 때문에 종으로 떨어지는 공이 위력적이다. 돌아가신 최동원 선배의 커브가 그랬다. 반대로 나는 팔각도가 낮은 대신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어오면서 던져 슬라이더 각이 예리했다"고 말했다. 결국 투구폼과 메커니즘의 차이에 의해 최동원은 커브를, 선동열은 슬라이더를 주특기로 삼게 됐다는 뜻이다.
결국 '류현진의 슬라이더, 윤석민의 커브'는 '최동원의 슬라이더, 선동열의 커브'만큼이나 생소한 그림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라이벌을 넘기 위해 라이벌에게 배운다
그런데 이런 생소한 모습을 올 시즌에는 자주 볼 수 있다. 윤석민의 체인지업, 커브 구사 비율과 류현진의 슬라이더 구사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4월26일 광주 KIA전에서 7이닝 11K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낼 당시 류현진은 총투구수 103개 중 15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다. 서클체인지업(16개)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지난 3월31일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 때와 비교해보자. 당시 류현진은 총 투구수 65개 중 체인지업 12개를 던진 반면 슬라이더는 6개 밖에 안 던졌다. '2:1'의 비율에서 조금씩 늘어나더니 최근 들어서는 점점 '1:1'로 수렴하고 있는 모습이다.
윤석민 역시 비슷한 패턴이다. 원래 윤석민은 손의 감각이 뛰어나 슬라이더 뿐만 아니라 체인지업, 커브도 던진다.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팜볼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전에서 던지는 구종은 한정적이다. 지난해 한참 좋을 때는 '직구-슬라이더'의 투피치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했다. 지난해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던 7월21일 대전 한화전에서 윤석민은 7이닝 1실점으로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3개 부분 첫 단독 1위에 오른다.
이때 투구 패턴은 총 투구수 114개 중 슬라이더(최고 141㎞)는 42개에 체인지업(최고 126㎞)-커브(최고 118㎞)는 각각 18개-5개였다. 이날 경기에서는 체인지업의 비중이 꽤 올라갔는데, 초반 직구가 뜨는 바람에 5회까지 투구수가 이닝당 17개로 오르자 6회부터 체인지업으로 볼카운트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커브의 비중은 '1.82:1'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24일 광주 한화전에서 윤석민은 총 투구수 90개 중 34개의 슬라이더를 던진데 비해 체인지업+커브는 20개를 던졌다. 슬라이더 대비 체인지업+커브 비율이 '1.7:1'로 늘어난 것이다. 전체 투구수로 봐서도 구사비율이 다소 늘어났다. 미묘한 차이같지만, 실전에서는 상당한 패턴 변화다.
그렇다면 왜 윤석민과 류현진은 올 시즌들어 각각 커브(혹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고 있을까. 이는 현재 최고 에이스 자리를 놓고 우열을 겨루고 있는 두 라이벌이 서로의 장점을 배우려 했기 때문이다. 두 투수는 상대를 뛰어넘기 위해 또 다른 진화를 꿈꿨고, 그 실마리를 오히려 상대의 장점에서 발견한 것이다. 윤석민에 비해 류현진의 패턴이 더 크게 변한 것은 지난해 '최고투수'의 자리를 윤석민이 차지하는 것을 보며 그만큼 더 절치부심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고정관념의 틀을 부수는 에이스들의 진화는 올 시즌 프로야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