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훈, 세상을 놀라게 한 매직송구

최종수정 2012-05-13 10:34

두산 최재훈은 11일 광주 KIA전에서 3회에만 이용규와 김선빈의 2루도루를 잇달아 저지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5.11/

KIA 김선빈이 11일 두산전 3회말 1사 1루서 2루도루를 시도했지만 두산 포수 최재훈의 빠른 송구에 태그아웃되는 장면.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5.11/

최재훈은 11일 KIA전 6회초 윤석민의 공에 오른쪽 팔꿈치를 강타당했지만 6회말 윤완주의 3루도루를 잡아내며 건재를 과시.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5.11/

두산은 포수 사관학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굵직한 포수들을 배출했다. 과거 OB 시절부터 김경문-조범현-이도형-최기문-진갑용-홍성흔-양의지 등 훌륭한 포수들이 나왔다. 심지어 팀 내 경쟁 구도 속에 2인자가 다른팀의 주축 포수가 되는 경우도 흔했다. 롯데 최기문, 삼성 진갑용이 대표적이다. 한화 최승환도 두산 출신 포수다. 훌륭한 포수 재목을 발굴해 키우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복이자 노하우다.

그런 두산이 또 하나의 훌륭한 포수를 발굴해 냈다. 신고선수 출신 최재훈(23)이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08년 신고선수로 입단한 그는 2010년 경찰청에 입대했다. 최재훈은 실전 경험 속에 성장해 돌아왔다. 겨우내 땀을 흘렸다. 명포수 출신 이토 수석코치, 고정식 코치가 멘토였다. 프로 1군 수준에 걸맞는 세밀한 기술이 전달됐고 땀방울과 함께 몸 안에 녹아들었다. 그렇게 보낸 겨울. 봄이 열리자 최재훈은 양의지와 함께 두산의 투 톱 포수로 깜짝 등장했다.

최재훈의 진가는 번개 송구다. 공을 미트에서 빼서 던지는 동작이 대단히 빠르고 민첩하다. 1m78, 76kg의 체구. 포수에게 크지 않은 몸은 단점이자 장점이다. 예민한 투수는 몸이 작은 포수가 앉는걸 싫어한다. 타깃이 작게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몸집이 큰 포수보다 기민한 동작이 가능하다. 최재훈은 장점 극대화에 성공했다. 신예임에도 불구, 송구 동작의 간결함은 8개 구단 통틀어 그를 능가할 자가 없다. 11,12일 KIA전 2경기에서 그의 가치가 한껏 발휘됐다.

11일 경기전 김진욱 감독은 "최재훈이 어제 경기(10일 SK전) 9회 임재철의 끝내기 3루타 전에 발판을 놓는 좌전 안타를 때렸다. 엔돌핀이 돌았을 때 이어서 뛰어보게 하려한다"며 선발 출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최재훈을 앞세운 김 감독의 속내는 최근 부쩍 많이 뛰는 KIA 야구에 대비한 조치였다. 김 감독의 대비책은 딱 맞아 떨어졌다. 0-0이던 3회말 KIA 선두 이용규와 김선빈의 2루 도루를 잇달아 저지했다. 김선빈은 경기 후 "분명히 투수(이용찬)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발을 들기도 전에 스타트를 끊어서 '살았구나'했다. 그런데 포수의 송구가 생각보다 빨랐다"며 황당해 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1루 주자는 스타트를 끊는 순간 아웃인지 세이프인지를 직감으로 안다. 늦었다 싶으면 송구가 잘못 날라오기를 바라면서 뛴다. KIA 주자들이 조금 놀랐을 것"이라며 흐뭇해 했다.

최재훈은 6회초 타석 때 윤석민의 공에 오른 팔꿈치를 세게 맞았다. 정상적 송구가 가능할까 우려 섞인 시선도 잠시. 6회말 KIA 2루주자 윤완주의 3루 기습 도루 시도를 전광석화 같은 빨랫줄 송구로 또 다시 저지했다. 2사 2루였던데다 타자 이준호의 볼카운트가 3B이라 투수와 포수는 2루주자의 움직임을 신경 쓰지 않았다. 발빠른 윤완주는 그 틈새를 노렸지만 최재훈이 앞길을 딱 막아섰다. "투수가 신경을 쓰지 않아서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포수의 송구가 3루에 먼저 와 있었다." 윤완주의 증언이다.

이쯤 되니 다음날 12일 경기에서는 KIA주자들의 움직임이 신중해졌다. 내로라하는 준족들이 선뜻 도루 시도를 하지 못했다. 도루 시도는 딱 1차례, 결정적인 순간에 이뤄졌다. 7-8로 바짝 추격한 7회말 2사 1루. KIA 최고 준족인 대주자 신종길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해봤지만 역시 최재훈의 번개 송구에 태그 아웃. 역전을 향한 KIA의 기세가 꺾이는 순간이었다. 이틀에 걸쳐 KIA가 자랑하는 이용규 김선빈 신종길 윤완주 등 준족들이 모두 최재훈의 강철 어깨에 고개를 떨궜다.

최재훈은 원래 어깨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간결하고 빠른 송구 동작은 아니었다. 겨우내 흘린 땀방울로 완성됐다. "이토, 고정식 코치님의 지도로 턱을 붙이고 주자가 달려오는 방향인 2루 베이스 오른쪽으로 빠르고 간결하게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앞으로 나가면서 던지던 송구도 일어난 자리에서 바로 던지는 훈련을 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12일 현재 최재훈의 도루저지율은 5할(8번 저지/16번 시도). 주목할만한 새로운 '어깨'의 등장. 그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한 상대 팀의 활발한 주루 플레이를 볼 기회는 드물 것 같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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