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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문 1위요? 아직 멀었죠. 그래도 타점은 욕심나요."
사실 나성범을 두고 '물건이다'라는 말이 있긴 했지만, 모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나성범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세대의 좌완 에이스였다. 지난해 10월 열린 야구월드컵 대표팀에도 투수로 출전했다. 하지만 귀국 후 합류한 NC의 강진캠프에서 전격적으로 타자 전향을 선언했다. 나성범의 숨겨진 타격 재능을 눈여겨 본 김경문 감독의 '신의 한 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성범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보였다. 신생팀의 창단 초기 인기몰이를 위해선 '얼굴 마담'이 필요했다. 5일에 한번씩 나오는 선발투수보다는 매일 나오는 타자가 스타플레이어가 되는 게 더 좋았다. 준수한 외모에 이름값까지 있는 나성범은 정확히 조건에 부합했다.
정작 본인은 100%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나성범은 "아직 부족하다. 지금 성적이 좋아서 잘해 보이는 것 뿐이다. 이제 한달 조금 넘게 지났는데 시즌이 모두 끝난 뒤 결과로 말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주변에선 항상 '잘한다'는 말만 한다. 나성범은 '들뜨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다. 수도권 원정(상무전)을 떠나기 직전인 14일에도 오전에 홀로 마산구장에 나와 웨이트트레이닝에 구슬땀을 흘렸다. 재능에 피나는 노력을 더해 타자 전향 6개월 만에 '특급 신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타격 전 부문 중에 가장 욕심나는 분야는 무엇일까. 주저없이 "타점과 타율"이라는 대답이 날아왔다. 잠시 뒤엔 "사실 타점에 가장 욕심이 난다"고 했다. 3번타자로 나오는 나성범은 출루한 테이블세터를 불러들이는 게 역할을 하고 있다. 장타보다는 정확한 타격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홈런 욕심을 버려야겠다고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스윙이 커지더라"며 "타점은 중요한 순간에 하나씩 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 생각으로 치다 보면, 홈런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나성범은 사구 부문에서도 1위(12개)에 올라있다. 2위인 KIA 백세웅(4개)의 3배다. 온몸이 멍투성이지만, 전직 투수로서 "투수는 몸쪽으로 던져야 좋은 승부를 할 수 있다"며 그들의 고충을 이해했다. 타격 시 내딛는 오른발이 홈플레이트쪽으로 붙는 자세 탓에 사구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토록 몸에 맞는 볼이 많지만, 쉽게 출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볼넷은 고작 8개에 불과하다. 공격적인 타격을 하기에 좋은 볼이 들어오면 지체없이 방망이를 돌린다. 볼넷 얘기를 꺼내자 그는 "지금은 보다 많이 쳐야 한다. 경험을 쌓아야 할 시기"라며 웃었다.
나성범의 궁극적인 목표는 프로야구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기록하는 것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내년 시즌 신인왕이 보다 현실적인 목표일 수 있다. 하지만 나성범은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하는 것"이라며 미래의 '40-40'을 바라보고 있다. 나성범에게 투수에 대한 미련은 진작에 사라진 듯 했다. 큰 꿈을 향해서 매경기 전력을 다해 치고 달리는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