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LG의 깜짝 선발 기용, 도대체 왜?

최종수정 2012-05-15 13:41

LG 임정우. 스포츠조선DB

LG의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잇따른 '깜짝 선발' 기용이다.

LG는 15일 인천 SK전에 우완투수 임정우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지난해 말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한 조인성의 보상선수로 SK에서 이적해 온 임정우는 프로 입단 후 2년 만에 선발 기회를 잡았다.

임정우는 퓨처스리그(2군)에서 선발투수로 나서고 있었다. 4경기서 21⅓이닝을 던지면서 2승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10일 상무전에서 6이닝 무실점 쾌투를 선보였다. 첫 무실점 경기. 당초 전지훈련 때부터 선발로 준비해왔으니, 엄밀히 말하면 변칙 기용이라기 보다는 뒤늦게 기회를 잡은 것이다.

올시즌 LG는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투수를 깜짝 카드로 내세워 재미를 봤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이는 왼손투수 이승우였다. 2007년 2차 3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이승우는 입단 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말 경찰청에서 제대한 뒤에도 수술했던 팔꿈치에 통증이 도져 겨우내 재활조에 머물렀다. 스프링캠프는 쳐다보지도 못했다.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는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뒤 좋은 보고가 올라온 이승우를 테스트했다. 시범경기에서 직접 지켜보니 스피드는 느리지만 볼끝이 좋고, 제구력이 좋은 투수였다. 확신이 생긴 김 감독은 개막 2연전 두번째 경기였던 삼성전에 표적 선발로 이승우를 등판시켰고, 두차례 무실점 경기를 펼치자 선발로테이션에 고정시켰다. 이승우는 아직 승리없이 2패만을 기록중이지만, 5경기서 평균자책점 2.63으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승운이 없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표적 선발에서 고정 선발로 자리매김한 LG 6년차 왼손투수 이승우.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2012.5.10
두번째 깜짝 카드는 올해 경희대를 졸업하고 입단한 좌완 최성훈이었다. 이승우의 경우엔 시범경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최성훈은 진정한 깜짝 카드였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1군에서 중간계투로 활약할 것으로 보였지만, 2군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는 선발수업을 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다. 2군서 선발로 긴 이닝을 던졌고, 데뷔 두번째 등판이었던 2일 한화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2실점으로 첫 승을 올렸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을 상대로 한 승리였다. 이승우와 마찬가지로 공은 느리지만, 칼날 같은 제구력과 신인답지 않은 배짱투가 먹혔다. 두차례 선발 등판한 뒤 다시 불펜으로 투입됐지만, 언제든 선발로 나설 수 있을 만한 카드다.

사실 변칙 선발 카드는 시즌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개막 전 경기조작 파문으로 선발투수 2명을 잃었고, 리즈가 마무리로 전환하면서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주키치 밖에 없었다. 레귤러(Regular)한 선발진을 운영할 수 없다면, 상대에 따라 여러 명의 선발 요원을 투입하는 '교란 작전'을 펼치는 게 차선책이었다. 또한 가능성이 있는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는 열려 있다'는 인식을 줘 조용히 분발을 요구할 수 있었다.


김기태 감독은 부임 이후부터 미래를 위한 행보를 펼쳐왔다. FA 3명이 빠져나간 뒤 보상선수 3명을 모두 지난해 데뷔한 2년차 선수들로 채우면서 미래를 내다봤다. 당시 그는 "내가 없어도 LG는 영원하다.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의 성적도 급하지만, 팀을 위해 유망주들을 모은 것이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잠실 홈경기와 2군의 구리 홈경기가 겹치는 날이면, 항상 구리구장으로 출근한다. 2군 투수들을 체크하고, 경기를 한참 지켜본 뒤에야 잠실로 향한다. 보고만 받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관찰하면서 선수들을 관리한다. 잇따른 깜짝 카드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언제 1군에 올릴지, 선발로 투입시킬지 주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LG 코칭스태프는 이름값 보다는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과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깜짝 선발 카드는 LG 코칭스태프의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회를 줘 1군 선발요원을 만들어내는 작업중이다.

9년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LG는 이도저도 아닌 팀이 되고 말았다. 성적을 포기하고 확실히 리빌딩을 하지도 못했다. 리빌딩을 추구하다 막상 성적이 나오는 듯 하니 조급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번엔 어떨까. 올시즌 LG의 선발진 운용을 지켜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LG 최성훈은 지난 2일 잠실 한화전에서 한화 에이스 류현진을 상대로 첫 승을 신고하며 선발 데뷔전부터 '대형사고'를 쳤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5.02/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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