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KIA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삼성 최형우가 KIA 전해수의 볼에 헛스윙 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5.15.
"괜찮습니다. 올 시즌에 한 개는 치겠죠."
지난 15일 대구 홈경기에서 KIA에 역전승을 거둔 삼성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방송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누가, 무엇을 친다는 얘기일까. 류 감독은 "리포터가 '최형우의 부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길래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류 감독이 심각한 부진에 빠져있는 최형우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너무 부담갖지 말라'는 뜻의 표현을 한 것이었다. 최형우에 대한 삼성 코칭스태프의 믿음은 아직도 굳건하다.
최형우는 시즌 초반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진하다. 그냥 단순히 '부진'이라는 표현을 하기가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못 치고 있다. 수치로 보자. 15일까지 29경기에 나온 최형우는 123타석에 들어서 볼넷 10개와 희생타 2개를 뺀 111타수 동안 단 20개의 안타밖에 치지 못했다. 타율 1할8푼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SK 박정권(1할7푼6리) 다음으로 안 좋다. 홈런은 아직 한 번도 치지 못했고, 타점도 9개 뿐이다.
이 수치가 얼마나 최형우와 어울리지 않는지는 지난해 이맘때의 성적과 비교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똑같이 29경기를 치렀던 지난해 5월7일을 기준으로 살펴본 최형우의 성적은 타율 2할6푼7리(101타수 27안타)에 6홈런 20타점이었다. 정확성은 썩 좋지 않더라도 홈런 생산능력은 월등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여러차례 반복해서 나온 이야기지만, 기술이나 신체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오로지 심리적인 요인, 그리고 초반에 다소 운이 없었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류 감독과 87년과 93년에 홈런왕을 두 차례나 거머쥐었던 김성래 수석코치가 모두 인정하는 바다. 홈런왕 출신 김 수석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전년도에 처음으로 홈런왕에 오른 뒤에 올해 더 잘하겠다는 의욕이 타석에서 조급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결국 특별한 타격폼의 수정이나 재활치료 등은 현재 최형우의 부진타파를 위한 솔루션이 아니라는 뜻이다. 진부한 이야기같지만, '믿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인식한 삼성 코칭스태프는 최형우의 부담감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해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한 개는 치겠지"라는 류 감독의 말도 이에 해당한다. 류 감독은 "원래는 최형우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하는 식으로 대답하려고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류 감독은 다른 대답을 했다. "그런데 막상 질문이 나오자 생각을 바꿨다. 내가 만약 '할 말이 없다'는 식으로 대답한다면 최형우가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하나는 치겠지'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최형우 역시 이런 코칭스태프의 배려를 모르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가장 속이 상하는 사람은 최형우 본인일 것이다. 그러나 최형우는 대범하게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있다. 취재진에게 "나 괜찮아요. 위로하지 마시고 그냥 전하고 똑같이 대해주세요"라며 먼저 말을 건넨다. 코칭스태프의 믿음과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는 최형우의 조합, 부진탈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